[욕망을 팝니다]②돈 되는 곳에 돈 몰린다

청교도·유교로 억압됐던 성문화 점차 개방
인터넷 등 새로운 유통경로 발달
'돈 벌리는 산업' 인식이 돈 불러
  • 등록 2015-10-28 오후 1:10:01

    수정 2015-10-28 오후 3:46:41

△미국 TV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한 장면. 주인공 사만다 존스(왼쪽서 두번째)는 성에 대해 화끈하고 개방적이다.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미국 인기 TV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주인공 사만다 존스는 성’(性)에 대한 노골적인 얘기를 거리낌 없이 쏟아낸다. 그녀가 여러 가지 성인용품을 사용하는 장면이 방영되면서 성인용품 업계에 ‘사만다 컬렉션’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일본 편의점 한쪽에 자리 잡은 서적 코너에 가면 낯뜨거운 일러스트나 사진이 표지를 장식한 잡지가 잔뜩 꽂혀 있다. 공공장소나 다름없는 곳이지만 일본인들은 개의치 않는다.

중국에서는 20만개 이상의 성인용품점이 성업 중이다. 성을 입 밖에 꺼내는 것을 터부시했던 ‘공자(孔子)의 나라’가 지금은 혼전동거를 찾기 어렵지 않고 마트 계산대 옆에 콘돔을 쌓아놓고 팔 정도로 성에 대해 개방적인 나라가 됐다.

한국도 점점 바뀌고 있다. TV를 틀면 SNL코리아 같이 성을 소재로 삼은 예능을 볼 수 있고 유흥가나 외곽 으슥한 곳에 변변한 간판도 없이 암암리에 영업했던 성인용품점은 홍대 앞 같은 번화가로 진출했다.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인 면에서뿐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성 산업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쉬쉬하며 은밀하게 성장해왔다면 이제는 당당하게 투자자금도 유치하고 기업공개까지 나섰다.

한때 금기시됐던 산업들이 당당하게 전면으로 나설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인식의 변화다. 과거 금욕적인 생활을 강조한 서구의 청교도 정신이나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일곱 살만 되면 남녀가 한 자리에 같이 앉지 아니한다는 옛 가르침)을 강요한 동양의 유교문화로 성에 대한 욕구가 억눌렸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화 교류와 자본주의 발전, 일정부분 억압에 대한 반발과 어우러지면서 성인을 위한 ‘19금(禁) 산업’이 클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

유통경로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성인잡지를 돌려보던 수준에 머물렀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온라인 상에서 성인물을 접하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신경과학자인 오기 오가스(Ogi Ogas)와 사이 가담(Sai Gaddam)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 백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웹사이트 중에 4%가 포르노 사이트다. 또 2009년 7월부터 2011년 2월까지 4억3400만개 검색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중 11%인 4900만개가 성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새에는 개인 대 개인 파일 공유(P2P) 플랫폼이 성인물 유통에 있어서 대세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지난해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이 송금 어플 스냅캐시 등을 개발하면서 P2P를 통해 성인물을 팔고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졌다. 마이크로 블로깅 사이트 텀블러 등도 성인물 유통 경로로 활용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동영상으로 보는 수준이 아니라 가상현실(VR)로 확대되는 추세다. 가상현실로 성인영상을 제공하는 버추얼리얼티포르노는 월 7달러의 수수료를 받지만 이미 수천 명이 가입했다.

온라인 쇼핑몰과 물류의 발달로 성인용품 구매도 쉬워졌다. 오프라인 상점을 출입하기에 주변 시선이 의식된다면 간단하게 인터넷 상에서 구매하면 된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만큼 온라인 성인용품 시장도 날로 커가고 있다.

이처럼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돈이 되는 곳에 돈이 몰리는 자본주의 근본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미국 MSNBC와 킨제이 인스티튜트, 로이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해 생산되는 성인영화는 1만1000편에 달한다. 이로 인한 매출액은 133억달러(약 14조9691억원) 수준이다. 2014년 현재 글로벌 섹스 토이시장의 거래 규모는 150억달러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2020년까지 5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논란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사레가 온라인 매칭 사이트 ‘애슐리 메디슨’(AshleyMadison) 사건이다. ‘인생은 짧다, 그러니 연애하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내세워 기혼자들에게 대놓고 불륜을 권한 애슐리 메디슨은 세계 곳곳에서 관심을 끌며 고속성장했다. 그러나 해킹으로 회원정보가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로 인해 자살한 이들이 나오기도 했고 파탄에 이른 가정도 줄을 이었다.

사춘기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지난 2013년 영국 아동위원회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동이 성인물에 노출될 경우 성에 대해 비현실적인 믿음을 갖게 돼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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