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법' 거부권 초강수..'최적 타이밍' 노린 朴대통령

  • 등록 2016-05-27 오후 3:30:48

    수정 2016-05-27 오후 10:07:36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상시 청문회법’이라 불리는 개정 국회법에 대해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최적의 타이밍’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감한 시기에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동시에 20대 국회가 개정 국회법을 재의결조차 못 하도록 못 박았다는 점에서다. 궁극적으로는 거대 야권과의 ‘협치’(協治) 보다 법 시행에 따른 ‘국정 마비’를 더 크게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 23일 일찌감치 당정이 개정 국회법을 두고 ‘행정부 마비법’으로 규정하며 일종의 ‘여론몰이’에 돌입한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예견돼왔다.

시기는 전망이 엇갈렸다. 당초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내달 7일 국무회의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굳이 늦출 필요는 없다”(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부 내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3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의 국무회의가 디(D)-데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법제처의 법리검토가 마무리됐다는 이유로 전격적으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을 의결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전자결제로 재가했다.

박 대통령의 결단에는 19대 국회의 임기가 불과 이틀 남은 상황에서 본회의 소집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회기 내 개정 국회법이 재의결되지 못하면 자동폐기된다는 유권해석을 노린 셈이다. 자칫 19대 국회의 임기가 끝난 후인 오는 31일이나 내달 7일 국무회의 때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0대 국회로 개정 국회법이 넘어갈 가능성도 사전 차단했다. 그동안 거대 야권과 무소속, 여기에 여권 내 이탈표를 더하면 재의결 요건을 충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박 대통령의 귀국일이 아직 열흘이나 남은 만큼 야권의 반발도 자연스레 수그러들 수밖에 없고, 이마저도 ‘순방 성과’로 덮을 수 있다는 노림수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귀국 이후 야권의 노골적인 공격이 지속될 경우 ‘여소야대의 20대 국회도 결국 경제·민생 발목잡기 국회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의식한 듯 야권도 “이 문제에 너무 매몰돼 국민생활상 문제 등 산적한 민생현안 뒤로 미룰 수는 없다”(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며 스탠스를 보였다.

무엇보다 임기 막바지 국정 운영의 최대 장애물의 싹을 사전 제거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거대 야권이 여러 상임위에서 청문회를 남발할 경우 여야 간 정쟁은 불가피한 데다 주요 국정과제는 올스톱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박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난 4·13 총선 이후 ‘협치’에 무게를 둬왔던 박 대통령이 ‘거부권’이란 강수를 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여전히 ‘마이웨이’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비치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야 3당은 20대 국회에서 상시 청문회법 재의결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의 역점 입법과제인 파견법을 비롯한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도 한 템포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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