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중국 은행당국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인 5대 기업에 대한 일제 조사에 나선 것은 현재 중국 금융시스템의 위기가 심각해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부채 레버리지와 해외로의 자본유출 등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올 가을 당 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진핑 정부가 대기업 길들이기를 통해 권력 재정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위기설 증폭에 대기업 리스크 관리 강도 높여
23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는 최근 공격적으로 해외 M&A를 벌였던 민간기업에 대출한 은행들에 시스템적인 리스크가 생길 수 있는지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은감회 측은 이달 초부터 은행 관계자들과 긴급 회의를 가지면서 조사 대상 기업들에 대한 대출과 이들 기업이 해외에서 돈을 빌릴 때 제공한 보증에 대해 살펴볼 것을 지시했다. 이들 기업의 레버리지 상황과 리스크 수준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이다.
이번 단속은 우샤오후이 안방보험그룹 회장의 구속설에 이어 나온 조치다. 안방보험은 지난주 회사 웹사이트에 낸 성명에서 우 회장이 개인적인 이유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안방보험의 공격적인 해외 M&A에 따른 자본 유출, 보험사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문제 삼아 우 회장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이번 조사는 신호탄에 불과하고 갈수록 당국의 조사 대상 기업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는 그동안 기업부실대출과 부동산 과다대출 등으로 금융위기설이 끊이지 않았다. 당국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최근 들어 금융권을 상대로 규제의 강도를 높여왔다. 특히 금융권의 과도한 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대대적인 금융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당대회 앞두고 금융 안정화에 주력
중국 정부는 올 가을로 예정된 제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금융 위험 방지를 위한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 2기의 탄생을 위해 권력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금융위기로 인한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임과 동시에 이같은 작업을 통한 새로운 권력 지형 만들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에 단속 대상에 오른 기업들이 중국의 정치파벌과 광범위하게 얽혀있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의 단속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기업 부실 대출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은 금융안정을 흔드는 중국 대기업들의 비정상적인 자금조달 관행을 척결하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