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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채무불이행자, 즉 신용불량자가 된 이후 3년이 지나면 신용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특히 채무불이행자 중 제2금융권 대출자와 자영업자의 신용 회복률이 낮게 나타났다. 채무불이행자가 되면 신규 대출 같은 정상적인 신용 거래를 할 수 없어, 경제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더 나아가 이는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3년 이상 신불자, 신용회복률 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1일 검토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4년 중 새로 채무불이행자가 된 39만7000명 가운데 3년6개월이 지난 올해 6월 말까지 신용을 회복한 차주는 19만4000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의 48.7%다. 한 번 채무불이행자가 된 이후 3년6개월이 지났지만, 신용을 회복한 차주는 절반에도 못 미쳤다는 얘기다.
채무불이행자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후 갚지 못한 사람을 말한다. 통상 신용불량자로 불렸지만, 2005년부터 채무불이행자로 그 용어가 대체됐다.
그 결과는 우리나라 채무불이행자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일단 기간이 지날수록 신용을 회복할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3년6개월 기간 중 신용이 회복된 이들 가운데 채무불이행 발생 1년 이내에 회복한 비중은 60.5%였다. 하지만 1~2년은 21.8%, 2~3년은 15.4%으로 각각 낮아졌고, 3년 이상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간별 신용회복률(신용회복자/채무불이행자)은 발생 1년 이내 29.5%, 1~2년 10.6%, 2~3년 7.5%로 각각 나타났다. 이 역시 3년 이상의 경우 1.1%로 급락했다.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된 후 3년이 지나면 사실상 회생이 불가능해진다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2금융권·자영업 회생 더 어렵다
눈에 띄는 건 또 있다.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경우 더 회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신용카드, 대부업, 할부·리스 등의 대출을 가진 차주의 신용 회복률은 41.9%에 그쳤다.
금융업권별 신용 회복률을 보면, 저축은행과 신용카드는 각각 35.6%, 36.8%에 불과했다. 대부업(37.9%)과 할부·리스(39.8%) 역시 30%대였다. 은행(43.8%)과 상호금융(57.7%) 등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상호금융은 대표적인 관계형 금융”이라면서 “금융기관과 채무자와 관계가 지속되면서 차주에 대한 정보 획득이 용이하고, 대다수가 농·수·산림업 종사자로 채무불이행 발생이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경우가 많아 신용 회복률이 유독 높았다”고 분석했다.
위험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대출의 신용 회복률 역시 저조했다. 신용대출자(42.1%)와 담보대출자(77.1%)의 차이부터 두 배에 가까웠다. 아울러 다중채무자의 경우 34.9%로 비(非)다중채무자(63.0%)와 비교해 훨씬 낮았다.
우후죽순 급증하는 자영업자도 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 자영업자의 신용 회복률은 40.9%에 불과했는데, 임금근로자는 그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50.2%를 기록했다.
100만 신용불량자, 韓 경제 ‘뇌관’
올해 6월말 현재 채무불이행자 수는 104만1000명. 2013년 이후 105만명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이들이 가진 부채 규모는 29조7000억원. 전체 가계부채(1388조3000억원)의 2.1%다.
‘100만 신용불량자’는 일상적인 경제 활동에 만만치 않은 제약을 받는다. 신규 대출 혹은 카드 발급 같은 모든 형태의 신용 거래를 할 수 없을 뿐더라 재산 압류 등도 당할 수 있다. 신용을 회복해도 연체 기록이 장기간 남아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한편 채무불이행자 중 3.6%는 신용 회복 후 다시 신용 불량의 늪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이후 해제 이력이 있지만, 올해 6월말 현재 다시 채무불이행 등록이 된 차주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