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는 ‘봉’...던파 사태로 보는 게임업계 흑역사

개발자 권한 남용해 아이템 거래 차익 남겨
특정 이용자들과 부당 커넥션 형성하기도
“모니터링 시스템 및 직원 윤리 교육 강화”
  • 등록 2020-09-21 오전 11:01:00

    수정 2020-09-22 오전 11:58:48

게이머는 ‘봉’...던파사태로보는 게임업계 흑역사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최근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이 서비스하고 있는 국내 장수 인기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슈퍼 계정(운영자 권한으로 게임 데이터를 조작해 강하게 만든 캐릭터)’ 이슈가 발생하면서 국내 게임업계가 들썩였다.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GM(게임마스터, 운영진)이 이용자를 기만하거나 반대로 커넥션을 형성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이어져 왔는데 다시 한 번 대형 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런 류의 사건은 단순히 회사 직원 개인의 일탈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게임과 더 나아가 회사까지 위기에 내몰리게 하는 불화살이 될 수 있다. 실제 세계와 다름없는 커뮤니티와 아이템 거래를 통한 경제 시스템이 존재하는 게임 세계의 근간이 흔들리는 순간, 이용자들은 바로 허무함과 배신감을 느끼고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이번 던파 사태를 포함해 게임 운영진이 이용자들을 상대로 뒤통수를 친 게임업계 주요 흑역사를 다시 살펴봤다.

최고 아이템 두른 캐릭터, 알고 보니?

지난 9일 던전앤파이터 커뮤니티 게시판에 의문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생성된 지 두 달밖에 안 되는 한 캐릭터가 최고급 아이템으로 세팅한 것에 대한 의혹 제기였다. 해당 캐릭터에 정상적인 증폭 기록과 신화 획득 타임라인 기록이 전혀 없다는 점과 의혹 제기 이후 해당 캐릭터의 장비가 탈착되고 길드도 탈퇴했다는 점에서 해당 계정이 운영자와 관련 있다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결국 네오플의 전수조사 결과 내부 직원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게임 내 최상급 아이템인 고증폭 장비, 신화 장비, 탈리스만 등을 프리서버처럼 마음대로 생성해 장착하고 테스트 서버가 아닌 일반 서버에서 일반 이용자인 것처럼 위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에 논란이 된 해당 직원은 ‘궁댕이맨단’이라는 계정으로 개발자 권한을 활용해 캐릭터의 창고를 직접 조작하거나 외부에 재화를 유출했다. 직원이 생성해 외부에 유출한 아이템 중에는 ‘90% +12 장비 증폭권’ 40장, ‘90% +11 장비 증폭권’ 50장 등 게임에서 매우 희귀하고 중요한 아이템도 다수 포함됐다. 이용자들은 해당 아이템의 가치가 5000만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정호 네오플 디렉터에 따르면 아이템을 부정적으로 생성한 방식은 사건 당사자의 업무 중 하나인 툴 작업(창고나 인벤토리 등의 데이터 정보를 직접 일괄적으로 수정하는 작업) 업무가 발생했을 때, 툴 작업 리스트에 본인의 계정과 생성할 아이템을 추가로 등록하는 방식으로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악용 기록을 툴 작업 내역에서 삭제해 해당 행위를 다른 직원들이 인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확인됐다.

네오플은 즉각 당사자인 ‘궁댕이맨단’ 계정 소유 직원을 해고 조치하는 동시에 경찰에 형사 고소했다. 강정호 디렉터 등 관련 책임자들 역시 모두 정직 조치했다. 현재 게임 이용자들은 주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을 진행하기 위한 단체 분위기를 조성 중이다.

권력 남용과 친목, 기만…반복돼 온 GM 이슈

GM과 관련한 게임업계의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언제나 2007년 7월경 온라인게임 ‘그라나도 에스파다’에서 벌어진 ‘노토리우스당 사건’이 다시 회자된다.

GM과 개발진 연합 8명이 게임 플레이용 계정을 조작해 길드를 만들고, 일반 이용자들을 PK(플레이어 킬링)로 척살한 뒤 서버의 세력구도를 임의로 재편하고 시장 수수료 등을 악랄하게 물려 이용자들의 고혈을 쥐어짜 낸 사건이다. 한국 온라인게임 역사상 가장 최악의 부정 운영 사건으로 꼽힌다.

개발사인 imc 게임즈 측에서 뒤늦게 조사를 벌여 사건에 가담한 운영자들을 색출했으나, 이미 게임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고 수많은 이용자가 발길을 돌린 뒤였다.

특정 이용자와 친목을 통해 게임 운영을 좌지우지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온라인게임 ‘엘소드’에서 벌어진 ‘특정 길드(인천연합) 친목 사건’이다.

내부고발자에 의해 운영진이 인천연합 길드원들과 비공식적인 친분을 유지해왔고, 나아가 해당 이용자들과 게임 운영을 사실상 나눠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길드원들에게만 게임 정보를 이미 유포하고, 상품을 지급하는 등의 혜택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친목 길드는 더 나아가 게임 패치에도 관여하는 등 사실상 비선실세 역할을 했다.

이후 게임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아이템을 모두 파괴하거나 캐릭터 삭제 화면을 인증하는 등 게임 불매운동을 이어갔다.

2018년에는 온라인게임 ‘대항해시대온라인’에서 운영자가 아이템을 제작하고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항해시대온라인을 서비스하는 넷마블은 당시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이슈에 대해 조사한 결과 운영 외주업체 담당자가 제작 및 판매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최대한의 징계 조치를 내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운영 외주를 맡은 곳은 게임운영지원 서비스 업체인 IGS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다크서클 사건, 브라운더스트 킹군터 사건, 크루세이더 퀘스트 ‘늬놀가 사건’, 넷마블 게임머니 횡령 직원 투신자살 사건, 겟앰프드 GM 캡틴 사건, 메이플스토리2 운영자 권력 남용 사건 등이 게임업계 GM 관련 주요 흑역사로 회자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류의 사건에 대한 재발 방지 시스템 수립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당사자가 개발자 혹은 관리자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선수나 감독이 부당한 이익을 좇아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일을 막기 힘든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국은 정기적인 직원 윤리 교육과 반복적인 모니터링만이 해답이며, 사실 실제적인 사건 해결의 단초 제공은 언제나 게임 이용자들의 몫이다.

던파 사태 발생 이후 노정환 네오플 대표는 “다시는 이 같은 부정행위가 발생하지도 않도록 게임 서비스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겠다”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후적으로도 크로스 체크할 수 있는 서비스 환경을 신속히 구축하겠다”라고 밝혔다.

최근 ‘슈퍼계정’ 이슈가 발생했던 넥슨 ‘던전앤파이터’. 넥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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