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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아이폰, 즉 스마트폰이 세상에 등장한지 10년이 지났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스마트폰이 디자인과 기능 및 품질 면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직접 목격했다. 예를 들어 삼성의 갤럭시S8은 더 길고 슬림해졌고 가벼워졌다. 화면을 둘러싼 대부분의 테두리를 없앴으며 물에서도 작동된다. 특히 아이폰7 플러스의 5.5인치보다 큰 5.8인치 화면을 더 작은 기기에 담아냈다. 예전에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던 일들이었지만 유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 등 10년 동안 기술도 함께 발전하면서 이젠 가능해졌다.
덕분에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기대가 커졌다. 이제는 혁신적인 기능을 어떻게 디자인에 담아낼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다. 애플과 삼성의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는 제품 디자인 리서치 회사 마우로뉴미디어의 찰스 마우로 대표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외관이 절반 정도를 좌우한다”면서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과거 7%에 그쳤던 미적인 요소가 이제는 훨씬 중요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8이 남았다. 삼성도 올 가을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8 출시를 예고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10주년 기념작인 아이폰8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애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삼성의 글로벌 디자인 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냈던 휴 듀벌리는 “삼성의 개선세는 그리 많지는 않다”면서 “반면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시작했던 파이프라인은 끝났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애플과 삼성의 디자인에 대한 접근은 뿌리부터 다르다. 스티브 잡스는 1970년대에 이미 디자인을 애플의 정체성으로 삼았고 1997년 회사로 복귀했을 때 이를 더욱 강화했다. 애플은 조너선 아이브 최고 디자인책임자와 그가 이끄는 팀에게, 애플워치가 손목에 감길 때 얼마나 느슨한지부터 애플 펜슬이 아이패드 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에까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양사의 스마트폰 디자인은 지난 2011년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미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이후 주요 이슈로 급부상했다. 1심과 2심은 삼성에 3억9900만달러의 배상판결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지난 해 12월 “전액 배상이 과하다”는 삼성의 의견을 수용해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디자인 관련 일부 소송은 여전히 미 대법원에 계류 중이며, 독일, 일본, 네덜란드, 한국, 호주 등 세계 전역에서도 삼성을 상대로 한 애플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