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안을 따라 가는 국도 드라이브라면 의례히 7번 국도를 떠올린다. 그런데 지역에 따라서는 이보다 바다에 더 근접해 바다 옆으로 달릴 수 있는 국도가 있다. 바로 31번 국도다. 부산 기장을 출발해 울산, 감포, 포항을 지나 강원도 태백, 홍천, 인제를 거쳐 양구까지 뻗어 있는 이 도로는 강원도 고산군이 그 끝이지만 양구 동면 이후는 북한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 특별히 정한 곳이 없다면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주시군의 해안 드라이브 여행으로 꽤 괜찮은 코스가 된다.
대왕암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이견대는 왜병을 진압하고자 감은사를 짓다가 끝내 다하지 못하고 죽은 문무왕을 대신해 그의 아들인 신문왕이 불사를 끝마쳤다. 그는 금당 뜰 아래 동쪽을 향하여 구멍을 하나 뚫었는데 용이 된 문무왕이 바닷물을 타고 절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용이 절집에 들어와 돌아다니게 한 곳이 이견대라 하였고, 용이 들어온 절집을 감은사라 했다. 지금의 감은사지가 그곳이다. 감은사지에는 똑같이 생긴 두 개의 감은사지 동, 서탑이 있는데 신라 석탑 중 완성도가 보이는 가장 오래된 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