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은 기본, 성기 내놓고 있는 고객도"…가구방문 노동자의 비애

인권위, 가구방문 노동자 실태조사 발표
설치·수리기사, 검침원 등
응답자 중 25.9% 신체 폭력 경험, 22.1%는 성희롱 경험
  • 등록 2021-04-08 오후 12:00:00

    수정 2021-04-08 오후 12:00: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방문을 하면 욕부터 시작해요. 녹취 때문에 콜센터에는 욕을 못하니까 현장기사한테 푸는 경우가 있어요.” (통신 설치기사)

“성기를 내놓고 계시는 분들도 있고, 얼마 전에는 젊은 사람이 팬티만 입고 있었어요. 혼자 들어가면 위축될 수밖에 없죠.” (계량기 검침원)

통신설치·수리기사나 요양보호사 등 가구방문 노동자 상당수가 폭력이나 성범죄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기관이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인권위)
인권위는 오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교육센터에서 ‘가구방문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가구방문 노동자란 설치·수리노동, 가스안전점검, 상수도계량기검침, 재가요양보호, 방문간호, 다문화가족 방문교육지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가구를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는 노동자를 뜻하는 말이다.

이번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구방문 노동자들은 고객의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혼자서 일해야 하는 특성과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인해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조사 대상 가구방문 노동자 796명 중 206명(25.9%)은 고객으로 부터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었고, 56명(7.0%)은 무기를 사용한 위협을 받았다. 또한 176명(22.1%)은 성희롱을, 16명(2.0%)은 성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가구방문 노동자는 “망치를 들고선 살작 내리치면서 자신이 이전에 설치기사와 싸운 적이 있다고 말을 하는 일이 있었다”며 “언제 갑자기 저 망치로 사람을 내리칠지 몰라 계속 뒤를 의식하면서 일을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사전방문 약속 시점에 맞춰 문을 열어놓고 샤워를 한다든가 업무를 보고 나서 나올 때 따로 수고비를 챙겨주면서 연락처를 넘겨주고 연락해 만나자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에는 성추행 문제로 퇴사자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업무와 관련 없는 고객의 요구를 받는 사례도 많았다. 응답자 중 388명(48.8%)는 괴롭힘을 목적으로 한 밤 늦은 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었고, 142명(17.8%)은 육아와 가사 업무를 요구받은 적이 있었다.

한 노동자는 “요양보호사인데 도배를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옥상 화분 나르기나 상가가 있는 집은 계단청소까지 시키고, 개 산책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구방문 노동자들 상당수가 비정규직이어서 이러한 불합리한 대우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실제 응답자의 45.9%는 비정규직이었는데, 요양보호 업무의 경우 85.5%로 가장 높았고, 사회서비스 일반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58.7%는 비정규직이었다.

인권위는 관계자는 “이날 발표되는 실태조사 결과와 전문가 및 관계부처와의 논의 내용을 검토해 앞으로 가구방문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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