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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강 갈등 양상으로 치닫는 미국과 이란의 모습에 국제 석유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해 대이란 제재를 풀지 않으면 이란이 원유 수출을 못하고 공급 부족을 야기해 결국 유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서다. 현재 70달러 중반으로 치솟은 원유가격이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배럴당 2.8% 오른 73.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8년 이후 최고치다.
원유가격 급등 배경에는 이란발(發) 악재가 있다. ‘테헤란의 도살자’로 불리는 강경파 이슬람 원리주의자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61)가 지난 19일 이란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해서다. 그는 지난 1988년 검사 시절 당시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지시로 반체제 인사 5000여명을 사형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이던 지난 2019년에는 미국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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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라이시는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먼저 핵 합의를 깼다”며 “우리는 우리의 국익을 보장하는 협상을 지지한다. 미국은 즉시 이 협정으로 돌아와 협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지난 2015년 미국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에 독일까지 더해 6개국과 이란 핵 합의를 맺었다. 핵 개발을 억제하는 대가로 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합의에서 빠지겠다고 돌연 선언하며 제재가 살아났고 이란도 핵 활동을 일부 재개했다.
미국도 가만 있지 않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현재 이란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으며 지도자 급에서 만날 계획도 없다”고 응수했다. 미국은 이란이 합의를 준수할 경우 제재를 해제할 것이란 입장이다.
내년에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는 석유시장의 수요 공급 요인이 내년 유가 100달러 시대를 이끌 것이라 예상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억눌린 여행 욕구가 폭발하면서 석유 수요는 반등할 태세인 반면, 공급은 그만큼 늘지 못할 것이란 것이다. BofA는 “내년 석유시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꽉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