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만델라의 유산, 화해·관용 배울 때다

잘못은 고치돼 용서를 통해 국민 대통합 이뤄야
  • 등록 2013-12-16 오후 5:13:30

    수정 2013-12-16 오후 8:26:41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서거에 온 세계가 애도에 잠겨 있다. 만델라는 흑인해방을 위해 투쟁에 나서면서 27년 넘게 감옥에 갇혀 있었다. 이 기간 그는 흑백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력보다는 평화와 화해가 더 소중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때 그의 죄수번호가 ‘46664‘번이었는데, 이후 이 번호는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숫자가 됐고, 전세계인들은 존경받는 어른이란 뜻인 ‘마디바’를 그의 애칭으로 불렀다.

남아공 최초의 민주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 만델라의 위대함은 집권 이후 발휘된다. 그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설치하고 인권유린 사례들을 낱낱이 밝혀내는 대신 해당자들을 모두 사면했고 “용서한다, 하지만 잊지는 않겠다”는 말로 국민 대통합의 기조를 밝혔다. 이에 따라 남아공은 다인종 민주사회를 향해 첫발을 내딛게 됐다. 만약 만델라가 백인들에게 용서가 아닌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는 자세였다면 남아공은 엄청난 내전을 겪으며 산산조각 나버렸을지 모른다.

우리나라 정치로 돌아와 보면 만델라의 ‘포용의 정치’가 부러울 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의 각종 비리 캐내기에 몰두하고, 대통령 측근들이 감옥에 가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우리 정치가 피해의식과 당파이기주의에 매몰된 탓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내가 좀 피해본 일이 있더라도 국정운영이라는 큰 틀에서 용서와 화해를 하고 국가를 위해 함께 일한다는 동반자 정신을 가져야 하는데 여야 모두 그런 것이 없다. 시민단체나 종교계 등도 내 주장만이 옳다는 아집이 너무 강하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는 않으면서 내 말은 왜 안 듣느냐고 고함치는 형국이다.

이번 정부도 예외는 아닌 듯싶다. 야당은 대통령 하야를 언급하고 있고 시민단체들도 연이어 정부를 용납할 수 없다는 거친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은 ‘용서할 수 없다’는 극단적인 어투로 대화 단절을 초래하고 있다. 정치권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한 KT, 포스코의 수장들이 짐을 싸고 있고, 이전 정권의 특혜 의혹을 사고 있는 롯데, CJ, 효성 등은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사법처리 등을 받고 있다. 기업이 잘못한 점은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기업들이 이렇게까지 내몰려야 하는가 싶다. 예컨대 효성의 세금포탈 혐의를 보면 1997년 외환위기 때 도산 위기에 놓인 무역상사(효성물산)을 살리기 위해 우량회사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당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30여 개 계열사의 대출금을 모두 회수하겠다고 은행이 벼르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삼성, LG 등 대부분 상사들은 구조적인 문제로 엄청난 부실을 안고 있었다. 대우처럼 그대로 도산한 기업들은 국가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현재 효성의 잘못이 유독 부각되면서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라 당하는 수모는 아닌지 세간의 의혹이 일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병든 몸을 이끌고 검찰청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현재 정부의 관용정신이 필요한 때는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정부는 화해와 관용을 베풀어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 안정을 가져오는데 노력했으면 한다. 잘못된 부분은 고쳐야 하지만 관용과 배려의 자세 없이 단죄의 칼만 휘두른다면 또 다른 정치보복이라는 의구심을 털어내기 힘들 것이다. 만델라가 남긴 유훈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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