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맨 한국거래소

  • 등록 2017-09-14 오후 12:35:00

    수정 2017-09-14 오후 12:35:00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지난 12일 오후 3시께 한국거래소 서울본사에 있는 기자실이 갑자기 술렁였다. 예상치 못한 보도자료가 이메일로 전송된 때문이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 추가 공모`라고 쓰인 이메일을 본 기자들의 얼굴엔 의아한 표정이 역력했다. 자료는 지난 4일 마감한 새 이사장 후보자 공개모집을 이달 26일까지로 연장한다는 내용이었다. 자료상 추가 모집을 하는 이유라고 볼만한 대목은 ‘후보 인재풀을 확대하기로 결의하였음’이 전부였다.

거래소 내부 어느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지원한 후보가 정확히 누군지, 몇명인지, 구체적인 후보 공모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누가 활동하는지 모든 정보를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기자들의 취재력을 요구해온 거래소가 또한번 이유를 맞춰보라며 수수께기를 던지는 식이었다. 결국 여기저기서 여러 의혹이 제기됐고 추측성 보도가 난무한 상황이 벌어졌다.

거래소 후보 공모를 둘러싼 의혹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번 관행처럼 여러 잡음이 되풀이 돼 왔다. 2005년 증권거래소·코스닥증권시장·선물거래소·코스닥위원회가 거래소로 통합 출범했던 2005년에는 외압설에 휩싸이면서 후보 전원 사퇴 후 재공모하는 진통을 겪었다. 지난 2013년 6월 이사장 선임 때는 지원 후보가 11명이나 됐지만 관피아 논란이 일면서 공모가 3개월간 중단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현 이사장 공모 당시도 마감 한 시간을 앞두고 하마평에도 오르지 않던 정찬우 현 이사장이 뒤늦게 지원, 최종 선임되면서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추가공모를 둘러싼 의혹이 커진 것은 이처럼 매번 논란이 있었고 결국 정치권과 금융당국 외압설이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관피아 낙하산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외압설에 시달려온 거래소의 납득하기 어려운 추가공모 결정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에 충분했다.

한국거래소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민간 주식회사다.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지주사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사장을 포함한 임원진 구성이나 업무추진에 있어서는 독립된 기구라고 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거래소가 관치경영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자본시장 심판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독립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이사장 공모가 그 시작이 되길 진정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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