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만난 중국 베이징의 한 대학교에서 유학중이라는 김민관(23·가명) 씨는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을 막아서가 아닌, 스스로 ‘반한’을 외치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중국 동북지방의 방사능 오염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내 반한기류가 더 심화됐다고 전했다.
줄어드는 유커에 롯데·신세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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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롯데’ 여파는 중국을 넘어 한국까지 미쳤다. 서울 소공동 본점 등 주요 점포에서 중국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 롯데백화점의 중국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3.5%이었지만, 사드보복이 거세진 지난 2분기에는 1.1%로 반 토막 났다. 롯데백화점을 주축으로 한 롯데쇼핑 실적도 악화일로다. 지난 2분기 롯데쇼핑의 매출은 6조9228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73억원으로 49.0% 줄었으며, 순이익은 95.0% 급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롯데백화점보다는 사정이 낫다. 올 2분기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86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면세점은 영업손실 44억원을 봤다.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이 15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서는 유커가 줄어들지 않았다면 흑자도 가능했을 수 있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명동 거리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이희상(35) 씨는 “중국관광객들이 어디를 주로 방문하는지를 보려면 들고 있는 쇼핑백 로고를 보면 된다. 예전에는 길을 묻는 중국인 관광객 10명 중 8명은 백화점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쇼핑백을 든 중국관광객이 부쩍 늘었다”며 “그나마 있는 중국관광객들도 (사드배치 이후) 매주마다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남아·무슬림이 희망...코리아세일페스타도 기대
백화점업계는 유커를 잡아두는 건 이미 기업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즉, 한·중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유커를 겨냥한 각종 프로모션이나 판촉행사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이들은 유커의 빈자리를 동남아시아 관광객과 중동 무슬림 관광객을 통해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이들 국가는 한국과 정치·종교적인 갈등관계는 없고 오히려 ‘K-팝 열풍’으로 친한파가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은 98만명으로 2015년보다 33%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동남아시아 주요국 관광객은 359만명을 기록했다. 4년 전인 2012년 221만명보다 62.4% 늘어난 수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외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긍정적”이라며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열리면 동남아시아와 중동,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해 다양한 프로모션도 기획 중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