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평론가들마다 그럴듯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집약하자면 국민들이 단단히 화가 나 있다. 세 가지에서 알 수 있다. 우선은 보궐선거 사상 최고 투표율이다. 서울 58.2%, 부산 52.7%다. 4월 7일은 공휴일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역대
다음은 20%가까운 격차다. 오세훈 VS 박영선 18.32%, 박형준 VS 김영춘 28.3%차이다. 그냥 진 게 아니라 완패했다. 민주당은 174석을 가진 집권여당이다. 조직력에서도 월등히 앞서 있다. 서울은 손아귀에 있다 해도 과언 아니다. 부울경도 우위에 있다. 앞서 4연패(2016 총선, 2017 대선, 2018 지방선거, 2020 총선) 경험도 있다. 결과는 박빙 승부는커녕 대패했다. 국민들이 잔뜩 화 나있다는 말 밖에는 해석할 도리가 없다.
끝으로 백방이 무효라고 어떤 선거 전략도 먹히지 않았다. 민주당은 줄기차게 내곡동 셀프 보상 의혹과 엘시트 특혜분양을 제기했다. 또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가덕도신공항특별법까지 처리하며 정책수단을 동원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가덕도까지 내려가 “가슴이 뛴다”며 부산 민심에 호소했다. 하지만 화가 난 서울과 부산 유권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세훈과 박형준의 도덕적 흠결보다 문재인 정부 실정에 더 분노했다.
부동산 임대차 3법은 대표적인 입법독주 실패 사례다.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책취지와 달리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전세 물량 실종, 전월세 급등, 전국적인 집값 폭등까지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텃밭이라는 강북벨트까지 돌아선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다소 늦더라도 입법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치밀했어야 했다. 야당 반발을 무릅쓰고 강행 처리한 결과는 민주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위선과 ‘내로남불’은 분노를 키운 불쏘시개였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파동은 불안한 시작이었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정부에는 사찰 DNA가 없다.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김은경 전 장관은 2년6개월 징역형과 함께 법정 구속됐다. 조국 사태는 결정타였다. 비등한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두둔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그런데 입시 관련 혐의 7건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더불어민주당에는 아직 기회가 있다.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제대로 헤어려 눈높이를 맞춘다면 이탈한 민심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 국민들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헤아리는 게 첫 걸음이다. 그 이후 겸손한 자세로 어루만진다면 다시 호응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남 탓만 한다면 희망은 없다. 반쯤 담긴 컵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직 11개월이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