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조사에서 1등급과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가운데 옥시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가습기 살균제로 고통받은 다른 분(3등급, 4등급)들께는 지난 2014년 조성한 50억원의 인도적 기금 외에 추가로 50억원을 출연해 100억원의 기금을 쓰겠다”고 밝혔다. 옥시는 오는 7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보상 계획, 지원 내용, 신청 방법 등 피해자 구제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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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사과는 소비자 불매 운동과 검찰 수사가 영국 본사까지 확대되자 등 떠밀려 나온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옥시 측은 회견이 늦어진 이유로 “충분한 사과를 하기 위해 때를 기다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 관계자는 “그간 옥시 코리아에 100번도 넘게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대응해주지 않았고, 피해 보상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었다”며 “왜 지난 5년간 우리에게 사과를 하지 않고 지금와서 언론에 사과를 하냐. 기업 이미지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옥시가 언급한 기금으로는 피해자를 구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대두됐다. 최근 보상안을 발표한 롯데마트는 100억원의 기금을 내놓았다. 검찰이 롯데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숨졌다고 추정되는 인원은 16명이다.
전체 피해자수는 사망자 94명 등 총 221명이며 이 중 옥시 제품의 피해자는 사망자 70명을 포함해 17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옥시 사용자가 가장 많은데도 3급, 4급 피해자에게 100억원의 기금 밖에 내놓지 않는다는 것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한국 본사에 파견온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사프달 대표가 회견장에 나선 것도 옥시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사프달 대표는 기자회견장에서 피해자들을 대면하며 여러차례 “한국에 온지 2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2년 밖에 되지 않은 바지 사장 말고 영국 본사 대표가 오라”고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최승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수사 면피용 사과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난 5년간 피해자들의 눈물을 외면하다가 지금와서 기자들을 모아놓고 하는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정작 사과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인 피해자들은 어제 저녁 뉴스를 보고 오늘 회견 사실을 접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어 “살인 기업 옥시는 전대미문의 대참사를 유발하고도 반성은 커녕 사명을 두 번이나 바꾸고, 최근엔 태연하게 태국으로 포상 휴가까지 다녀왔다”며 “이 같이 반인륜적인 기업은 한국에서 자진 철수하고, 폐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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