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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랜 고민 끝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내년 3월이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임기가 끝나는데, 이때에 맞춰 자리에서 떠난다는 계획이다.
◇근속 40년 맞은 윤부근 사장 가장 유력
자연스레 사람들의 눈길은 ‘포스트 권오현’의 주인공에게로 향한다. 권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을 비롯해 삼성전자, 나아가 삼성그룹의 대표격으로 활동해왔다. 특히 오너 일가인 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 부자가 각기 다른 이유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삼성을 대표하는 자리에는 대부분 권 부회장이 참석해왔다. 새로운 정권 출범에 따른 정부와 재계간 상견례는 물론, 각종 협회·단체의 행사에도 권 부회장이 자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계와 가진 ‘호프 미팅’에도 역시 권 부회장이 자리했었다.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전체로 봐도 2012년 이재용 부회장 이후 그 동안 대외적인 역할을 소화해야 할 부회장 승진자가 없었다는 점에서 신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데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윤 사장은 사실상 부회장급의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이 떠나고 나면 삼성 전체를 통틀어 부회장은 이 부회장 한 명뿐이다.
여기에 그 동안 윤종용 전 부회장 등 주로 엔지니어 출신이 대표이사를 맡아온 사례를 봐도 역시 엔지니어 출신인 윤 사장의 입지가 가장 탄탄해보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안정성-세대교체 필요성에 깜짝카드 가능성도
다만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몇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다른 선택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우선 삼성전자의 향후 과제들을 놓고 생각해보면 ‘안정’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올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지만, 당장 가까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기여를 한 반도체 시장의 초호황기가 내년을 기점으로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고,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IT 기업으로 각인시킨 스마트폰 역시 시장이 점차 정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권 부회장도 용퇴의사를 밝히며 남긴 글에서 “(현재)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이런 관점에서 거론되는 인물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경영지원실을 총괄하는 이상훈 사장(사진)이다. 이 사장은 과거 구조조정본부와 미래전략실 등 그룹의 콘트롤타워에서 근무했고 2012년 말부터 약 5년간 삼성전자의 ‘안살림’을 책임져왔다. 그만큼 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나 장악력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후임자를 추천할 예정으로 안다”며 “내부 논의와 검토를 거쳐 이사회에서 새로운 대표이사를 공식 선임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