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12일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무역갈등 심화,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세계경제 성장 지속 수출 호조 등은 긍정적 요인이나 고용 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지속,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국제유가 상승 등 위험요인이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진단은 지난 달과 다르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그린북에서 “최근 우리경제는 수출 소비 중심의 회복세”라고 진단했다. 11개월만에 ‘회복세’ 문구를 삭제하고 ‘견조한 흐름’(수출·소비)과 ‘불확실성 확대’(투자·고용)를 강조한 것이다. 고광희 경제분석과장은 “그동안 회복세라고 표현한 것은 성장률이 지속된다는 의미였다”며 “이번에 문구를 삭제한 것은 경기 국면에 대한 전환이 아니라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내년에 반도체를 빼면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내년 전망(2.7%)이 점차 현실화되기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한 발 더 나가 침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경기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경기 침체 진단이 늦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광희 기재부 과장은 “경기 침체라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표에 따라 다음 달에 회복세라는 표현을 다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매판매 지수 자체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9월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기저효과 요인을 제외하고 봐도 아직 실질소득이 견고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 측면에서는 “9월 들어 기계류 수입 중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늘었다”며 “투자 증가세를 예상한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도 연말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