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점유자 배익기 "돈 주워도 1/5 주는데...추가 소송"(인터뷰)

"상주본의 법적 소유권 이전 과정 의심 정황"
"대법원 패소 예상했던 결과..소송방향 후회"
"사건의 본질은 국가의 사유재산 탈취" 주장
  • 등록 2019-07-16 오전 11:31:33

    수정 2019-07-16 오전 11:31:33

지난 2008년 존재가 알려진 뒤 자취를 감췄던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장자 배익기 씨가 지난 2017년 공개한 상주본 일부 모습(사진=배익기 씨 제공).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훈민정음 상주본을 갖고 있다는 배익기(56·고서적 수입판매상) 씨가 상주본의 법적 소유권과 관련해 추가 소송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상주본의 법적 소유권이 이전되는 과정에서 미심쩍은 정황을 포착했다는 배 씨는 법률 자문 등을 거쳐 한 달 안에 소송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배 씨는 16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가와 10년간 소송을 진행하면서 양측 모두 지쳤지만, 타결책(금전적 보상)이 나오지 않는다면 추가로 소송을 진행해야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일단 문화재청과 타결책에 대해 얘기해 본 뒤, 변호사와 상의해 추가 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오래 고민할 사안은 절대 아니다”라며 “도와주는 변호사들과 상의해 한 달안에는 소송 여부에 대해 결론내겠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전날(15일)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의 소송 상고심에서 배 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화재청의 상주본 회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던 배 씨의 소송이 기각됨에 따라 상주본의 법적 소유권자인 문화재청이 강제집행을 통해 상주본 회수에 나설 명분이 더 커졌다. 다만 문화재청은 강제집행보다는 회유와 설득을 통해 상주본 회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문화재청과 배 씨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커보인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배 씨는 전날 패소에 대해 “예상했던 결과”라며 운을 뗐다. 그는 “국가를 상대로 ‘나홀로 소송’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면서 “자료 준비 등에서 미흡했던 측면이 많았기에 패소할 것으로 예상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배 씨는 “애초에 소송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 아닌가 후회된다”라면서 “국가가 갖고 있는 법적 소유권의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면 승소 요건에 더 맞고 해서 이길 가능성이 높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유권 무효 소송으로 방향을 틀어 다시 소송전을 벌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게 배씨의 주장이다.

배 씨는 소송보다는 금전적 보상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듯했다. 그는 인터뷰 중에도 수 차례 “돈을 주워도 5분의 1은 주는데, 10분의 1 정도만 달라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이냐”라고 말했다. 훈민정음 상주본의 가치를 1조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10분의 1인 1000억원의 금전적 보상을 원하는 속내를 넌지시 내비쳤다.

배 씨는 “이 사건의 본질은 국가의 사유재산 탈취이며, 그 과정에서 강압과 협박이 있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가) 훈민정음 상주본을 공개하고, 국보 지정을 위해 신고를 했더니, 국가는 (나를) 장물아비 대하듯 헐값에 사들이려 했다”면서 “이에 응하지 않자, 국가가 탈취할 방법을 찾다가 제 3자인 조용훈(2012년 사망)을 사주해서 허위로 소유권을 이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가 조용훈에게 압박을 넣어 2년 합의 하에 소유권을 이전 받은 것”이라며 “그러고는 국가가 민사를 일으키더니, ‘기증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훈민정음 상주본은 배 씨가 2008년 7월 간송본과 다른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냈다며 일부를 공개해 그 존재가 알려졌다. 현재 배 씨가 소장처를 밝히지 않아 10년 넘게 행방이 묘연한 유물이다. 배 씨는 골동품업자 조용훈 씨 가게에서 고서적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송사 끝에 소유권을 확보한 조 씨가 사망 전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배 씨는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받았으나,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문화재청은 유물 반환, 배씨는 보상을 요구하면서 상주본 문제는 뚜렷한 해결책 없이 수년째 공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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