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공연] 바슈메트 비올라, 피아노 감싸안다

- 심사위원 리뷰
'유리 바슈메트 & 모스크바 솔로이스츠 내한공연'
떠오르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바흐 '건반 협주곡' 제1번 협연
  • 등록 2013-06-03 오후 4:46:41

    수정 2013-06-03 오후 4:49:49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유리 바슈메트가 지휘하는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와 바흐의 ‘건반 협주곡 제1번’을 연주하고 있다(사진=빈체로).


[류태형 심사위원] ‘비올라’ 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무엇일까. 젊은 세대들 중에는 리처드 용재 오닐이라 답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과 연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은 당연히 유리 바슈메트(60)가 될 것이다. 라이오넬 터티스도, 윌리엄 프림로즈도 바슈메트만큼의 존재감을 갖지 못했다.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처럼, 리히테르의 피아노처럼, 바슈메트의 비올라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지난달 29일 비올라 명인 바슈메트가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섰다. 바슈메트가 1986년 창단한 모스크바 솔로이스츠는 이번 공연으로 1989년 이래 바슈메트와 다섯 번째 내한을 기록하게 됐다. 협연자인 손열음(27)은 공연 전부터 바슈메트 못지 않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2011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2위 입상 이후 화려한 협연 경력을 쌓고 있는 그녀는 올해 바로 이 장소에서 성공적인 단독 리사이틀을 갖기도 했다.

기획사 측이 사전에 고지한 대로 공연은 5분 이상 늦게 시작됐다. 무대 위의 피아노를 참 오래 바라보는가 싶더니 모스크바 솔로이스츠 단원 19명이 입장했다. 이후 손열음과 바슈메트가 무대로 등장했다. 손열음의 드레스는 단원들과 마찬가지로 검정색이었으나 등뒤로 황금색 끈을 늘어뜨린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협연곡은 바흐의 ‘건반 협주곡 제1번’(BWV1052)였다. 바슈메트는 맨손으로 피아노와 악단을 이끌었다.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의 사운드는 음량이 크지 않았지만 현악기 한 대 한 대의 결이 서있는 것처럼 들렸다. 손열음의 바흐는 평소 그녀의 주특기인 강렬하고 신들린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었다. 평소만큼 힘이 실린 타건은 아니었다. 힘을 빼고 피아노의 미감을 살린 촉촉한 연주였다. 바흐 당대에 연주됐을 하프시코드적인, 셈·여림 없는 사운드를 추구했다면 충분히 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2악장 아다지오에서는 느려진 템포와 더불어 긴장감이 떨어지고 있었다. 3악장에서도 손열음은 압도하는 타건 대신 소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또랑또랑하고 예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왠지 협주곡 한 곡만 듣기는 아까웠다. 손열음의 바흐를 더 많이 들어보고 싶어졌다.

손열음이 퇴장한 후, 두 번째 곡이자 1부 끝 곡은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였다. 일반적인 피아노 반주가 아니고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편곡판이었다. 오케스트라가 먼저 연주하고 바슈메트가 비올라의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바슈메트의 비올라는 템포 루바토를 쓰면서 여유로움을 풍겼다. 2악장 아다지오는 매우 현대적인 느낌으로 그려졌고, 3악장 알레그레토에서도 비올라와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볼만 했지만 음반으로 익숙한 피아노반주 버전이 그립기도 했다.

휴식시간 뒤 첫 곡은 파가니니의 ‘비올라 협주곡’이었다. 파가니니 기타 4중주 15번을 협주곡으로 편곡한 이 작품에서 바슈메트는 비올라의 다양한 음색을 선보였다. 가끔 코맹맹이 소리 같던 비올라의 사운드는 선명한 현악군과 대조를 이뤘다. 현의 피치카토 속에서 여유로웠던 비올라는 마치 오페라 ‘카르멘’의 투우사 에스카미요를 연상시켰다. 3악장에서 비올라는 의뭉스러울 정도의 비르투오시티를 발휘했다.

마지막 곡은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였다. 가장 자신있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이고 이 곡을 녹음한 이들의 레코딩도 유명하다. 1악장은 마치 투명한 피부에서 혈관과 내장기관을 보는 듯 선명하게 대비된 악기들의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바슈메트는 2악장 왈츠를 비교적 빠른 템포로 처리해 생동감을 부여했으며, 3악장에서는 고요함을 군데군데 불어넣어 파스텔톤 앙상블을 일궜다. 4악장 피날레 부분은 일사불란했다. 그러나 1악장 주제를 회상하는 부분이 더 극적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극단의 피아니시모와 극단의 포르티시모에 선을 그어 중간에 점을 찍는다면, 이날 연주는 피아니시모 쪽에 있었다. 바슈메트는 정교하게 수렴하는 앙상블을 추구했다. 그러나 앙코르는 사뭇 달랐다. 첫 앙코르 곡은 알프레트 슈니트케의 ‘고골 모음곡’ 중 ‘폴카’였다. 비올라를 만돌린처럼 들고 피치카토로 연주하던 바슈메트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 이 곡은 집시음악 차르다슈 풍이었다. 피터 하이드리히의 ‘해피 버스데이’ 변주곡 중 차르다슈 부분만을 연주한 두 번째 앙코르를 들으니 뭔가가 또렷해졌다. 공연 내내 수렴하던 앙상블이 앙코르를 기점으로 발산을 향해 일제히 방향을 틀었다. 앙코르는 반전의 맛이기도 하다.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협연이 끝난 후 손열음과 바슈메트가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사진=빈체로)
  ▶ 관련기사 ◀ ☞ [문화대상공연] 경쾌한 '해피버스데이' 2500명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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