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쓰릴 미'는 무서운 담임 선생님 같은 존재죠"

2008년 앙코르공연 때 첫 주역 맡아
긴장감·부담 견뎌내고 다시 무대에
매번 다른 캐릭터 해석에 재미느껴
데뷔 10년 함께해준 팬에게 감사해
  • 등록 2017-04-11 오후 1:08:53

    수정 2017-04-11 오후 1:08:53

뮤지컬 ‘쓰릴 미’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이창용(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학교 다닐 때 무서운 담임 선생님이 있지 않나. 다시 만나고 싶지 않지만 시간이 지난 뒤 좋은 분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선생님 말이다. 내게는 ‘쓰릴 미’가 바로 그런 존재다.”

뮤지컬배우 이창용(33)은 2008년 뮤지컬 ‘쓰릴 미’의 앙코르공연에서 처음 주역을 맡았다. 당시 데뷔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인 배우였다. 긴장감과 부담이 컸다. “이전까지는 상대 배우가 나만 바라보는 장면이 많지 않았다. ‘쓰릴 미’는 상대 배우가 나만 바라보다 보니 부담감이 컸다. 긴장 때문에 ‘공연만 무사히 마치자’는 생각이었다.” 첫 주역치고는 호된 신고식이었다.

△9년 전 트라우마 다시 마주해

9년이 지났다. 이창용은 이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맨 오브 라만차’ ‘디셈버’ 등 남부럽지 않은 출연작을 자랑하는 뮤지컬배우가 됐다. 지금은 ‘쓰릴 미’(5월 28일까지 백암아트홀) 10주년 기념공연에 서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창용은 “‘쓰릴 미’는 어렵고 불편해서 다시 하고 싶은 작품이 아니었다. 하지만 9년 전의 아쉬움 때문에 다시 하게 됐다”며 “처음보다 훨씬 더 여유를 느끼며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쓰릴 미’의 한 장면(사진=달컴퍼니).
‘쓰릴 미’는 유괴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두 청년의 심리 묘사가 주를 이룬다. 동성애 코드를 갖춘 2인극으로 마니아 관객층이 두텁다. 이번엔 배우 송원근과 페어로 호흡을 맞춘다. 두 사람이 ‘쓰릴 미’에서 함께 연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 호흡을 맞췄던 다른 페어와 달리 개막 전 6주 정도 길게 연습했다. 이창용은 “연습 초반에는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잘 맞았다”며 “스태프들도 그동안 본 적이 없는 페어라서 기대가 된다더라. 그런 장점을 살리려고 했다”고 전했다.

첫 공연 땐 9년 전의 트라우마가 다시 떠올랐다. 첫 주역을 맡았을 때의 부담감을 다시 느꼈다. 이창용은 “대사가 입에 잘 안 붙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9년 전의 기억이 다시 떠올라 긴장감도 커졌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배우들도 자신처럼 똑같이 긴장했다는 사실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오는 16일에는 페어로서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쓰릴 미’가 유독 마니아 관객이 많은 이유는 배우가 어떻게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작품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창용이 맡은 ‘나’는 상대 역인 ‘그’에 비해 유약한 인물이다. 이창용은 “캐릭터에 얽매이지 않고 매회 다른 방향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캐릭터의 행동과 감정을 미리 계산해놓고 연기할 때도 있지만 본능이 이끄는 대로 연기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가끔은 ‘나’가 아닌 ‘그’인 것처럼 연기하기도 한다. 그럴 땐 원근이 형이 ‘너 너무 얄밉더라’라고 말한다(웃음). 연기의 미묘한 디테일이 생기다 보니 배우도 관객도 즐거움을 느낀다. 그게 ‘쓰릴 미’의 장점이다.”

△12월 데뷔 10주년 “자부심 느껴”

이창용이 배우를 꿈꾼 건 중학교 3학년 때부터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연극영화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해 연기학원을 다녔다. 그때 만난 선생님이 ·뮤지컬배우 남경읍이다. 그때부터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지하철 1호선’을 봤다. 노래를 하며 연기도 할 수 있는 장르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갬블러’와 ‘레미제라블’ 내한공연을 보면서 뮤지컬배우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뮤지컬배우의 꿈을 이루고 주역으로 우뚝 섰지만 배우로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여전히 많다. 이창용은 “아직 보여주지 못한 캐릭터가 많다. 노래 실력도 유감없이 보여주고 싶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가 하고 싶은 역할로 꼽은 것은 ‘맨 오브 라만차’의 라만차.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처럼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발전시켜줄 작품도 그의 ‘위시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최근 창작뮤지컬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워크숍과 리딩 공연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 있다.

오는 12월이면 뮤지컬배우로 데뷔한 지 딱 10년이 된다. 이창용은 지난 시간을 함께 해준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작품마다 늘 팬과 만나며 소통해온 그는 데뷔 10주년도 이들과 함께 할 생각이다. “데뷔 4주년 행사 때 팬들이 영상 메시지를 선물해준 게 엊그제 같다. 그런데 벌써 10년차가 됐다. 대학로에서 배우로 보낸 10년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나를 알고 응원해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답할 것이다.”

뮤지컬 ‘쓰릴 미’에 출연 중인 배우 이창용(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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