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외환당국의 '국민연금 환전 수요 죽이기'…효과는 '글쎄'

원화, 이달에만 5% 넘게 급락…엔화보다 두 배 더 추락
외환당국, 상반기 환율 급등 주범으로 '연금' 지목
연금 영향력 떨어진 하반기에 뒷북 대책 내놔
연금 거래비중 1%에 불과…"실제 효과 미미"
"외환당국, 가진 패 없다"는 방증…달러매매 주체 관리에 집중
  • 등록 2022-09-23 오후 4:16:43

    수정 2022-09-23 오후 5:00:46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외환당국이 본격적으로 ‘국민연금 환전 수요 죽이기’에 나섰다. 국민연금이 한국은행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빌려 해외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연금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면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연금의 단기외화자금 한도를 확대하는 것도 달러 예치금에 여유를 줘 이 역시 환전 수요를 줄이자는 의도다.

그러나 연금의 외환시장 거래비중이 1%에 불과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왜 지금 ‘연금 환전 수요 죽이기’가 필요해졌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외환당국이 연금이 환율을 끌어올린다고 지적했던 시점은 상반기였고 관련 이슈는 하반기 들어 잠잠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최근의 원화의 폭락과 연결된다. 원화는 이달 들어 주요국 중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외환당국이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심정으로 달러 매수 요인을 최대한 차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외환당국이 가진 ‘패’가 제한적이란 얘기다.

하반기 달러인덱스는 9월 22일까지, 환율은 23일까지 (출처: 마켓포인트, 마켓워치)


◇ 연금, 年300억달러 넘게 환전하는데…스와프 규모는 100억달러


국민연금은 23일 제5차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한국은행과 연말까지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키로 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177억달러의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지 14년 만이다. 연금이 한 해 300억달러 이상의 달러 환전 수요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외환보유액은 연말까지 100억달러 줄어들 전망이지만 연말 이후엔 다시 100억달러 채워지게 된다.

연금이 달러 예치금으로 보유할 수 있는 단기외화자금 한도도 분기별 월 평균 6억달러에서 30억달러로 5배나 확대된다. 연금이 기존 보유 중이던 해외자산을 팔고 다른 자산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달러를 추가 환전하는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연금의 달러 매수세를 진정시켜 환율을 누르는 심리적인 요인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환율 안정효과는 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금에 따르면 현물환 일평균 거래 규모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대에 불과하다. 연금의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1억~2억달러 수준이라는 얘기다.

연금이 실제로 환율을 끌어올리는 주범이었는지도 의문이다. 외환당국이 연금이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목한 시점은 상반기이고 6월말 연금이 ‘선물환 매도’로 환헤지를 한 시점 이후로는 연금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잠잠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환율은 상반기엔 9.2% 올라 달러인덱스가 9.1% 오른 것과 비슷하게 상승한 반면 연금 영향력이 줄어든 하반기부터 이번 주까지 보면 달러는 6.3%(22일) 오르는데 환율은 8.5%(23일)나 급등했다. 하반기 원화 약세 강도가 더 심화된 것이다.

*원화는 23일, 나머지는 22일 기준 출처: 마켓포인트


◇ ‘달러 못 사게, 달러 더 팔게’ 밖에는 할 게 없다


그렇다면 왜 지금 ‘연금의 환전 수요 죽이기’ 대책이 나왔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언급한 것은 석 달 전인 6월 23일이었다. 당시 추 부총리는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시장 내 수급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외국환 은행 관계자들과 수시로 회의를 하면서 달러 매수 쏠림 현상을 점검해왔지만 다급하게 칼을 뽑아든 것은 지난 주부터였다. 지난 주 16일 10억달러 가량의 대규모 달러 매도개입과 함께 외국환 은행을 대상으로 매시간 달러 거래 현황과 각 은행의 외환 포지션을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주에는 수출업체를 만나 달러 매도를 독려했고 이날엔 연금과 한은의 통화스와프, 연금의 단기외화자금 한도 확대 등 ‘환전 수요 죽이기’ 대책이 등장한 것이다.

외환당국이 다급해진 이유는 원화가 이달 들어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가장 큰 폭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원화는 이달에만 달러화 대비 5.4%나 급락했다. 유로화(-2.4%), 위안화(-2.6%), 엔화(-2.5%)가 급락한 것의 두 배 가량 더 폭락한 것이다. 엔화는 22일 달러화 대비 146엔 가량 급등했으나 24년 만에 일본은행(BOJ)이 달러 매도 개입을 하면서 142엔대로 가라앉혔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말 4.25~4.5%까지 금리를 올릴 것을 예고하자 22일 곧바로 1400원을 돌파했다.

추 부총리는 22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달러 매수자는 선매수하고 매도자는 매도를 미루는 현상이 있다”며 “일방적인 쏠림에는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환당국은 달러 매매 주체들을 관리해 환율 급등세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인데 그 만큼 당국이 갖고 있는 ‘패’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달러 강세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 레벨 자체를 떨어뜨리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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