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수도=예루살렘'…논란이 되는 이유는?

  • 등록 2017-12-07 오후 1:25:54

    수정 2017-12-07 오후 1:25:5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 전 세계적인 반발을 사고 있다. 아랍권은 물론 대다수 국가들이 중동 평화를 깨뜨릴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미 아랍권 국가들에선 대규모 반미시위가 발생하는 등 역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것이 논란이 되는 이유를 살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제법상으로 어느 나라에도 속해 있지 않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땅’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예루살렘을 “단순히 3개 종교(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의 심장부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민주주의의 심장부”라고 밝히면서 70년 가까이 유지돼 온 국제사회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오랜 분쟁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은 아랍권 군사 협력을 얻기 위해 1915년 제1차 세계대전 중 ‘맥마흔 선언’을 통해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을 약속했다. 그런데 2년 뒤 1917년 ‘밸푸어 선언’에선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 국가 건설을 지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유대인들이 이 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당시 영토의 대부분인 87.5%를 아랍인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유대인들의 영토는 6.6%에 불과했다.

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7년 11월 총회를 열고 영국의 위임통치를 받고 있던 팔레스타인에 대해 영토의 56%를 유대 국가에 할당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다만 예루살렘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도시로 삼기로 했다. 이듬 해인 1948년 5월 이스라엘은 건국을 선포했다. 하지만 영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아랍인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로 구성된 아랍연합군은 이스라엘의 건국 선포 후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공격을 개시했다. 제1차 중동전쟁이다.

이스라엘은 전쟁에서 승리한 뒤 통치 영역을 78%로 늘렸다. 이후 요르단 강 서안 지구는 요르단이, 가자 지방은 이집트가 각각 통치했다. 예루살렘의 경우 팔레스타인이 끝까지 물러서지 않아 동서로 나뉘게 된다. 유엔은 서쪽을 이스라엘이, 동쪽을 요르단이 관리토록 했다. 그러나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른바 ‘6일 전쟁’이 발발, 이스라엘은 선제 공격을 통해 예루살렘 동부와 요르단 강 서안 지구를 모두 점령했다. 이후 예루살렘을 ‘분리될 수 없는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로 선포하고 각종 정부 기관을 이전시켰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규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1980년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15개국 중 기권표를 던진 미국을 제외하고 14개국 모두 결의안에 찬성했다. 유엔 회원국들은 결의안에 따라 대사관과 외교관들을 예루살렘에서 철수시켰다. 현재 세계 어느 나라도 예루살렘에 대사관을 두고 있지 않은 이유다. 세계 각국의 주이스라엘 대사관은 1948년부터 1977년까지 임시수도였던 텔아비브에 위치해 있다.

이처럼 세계 어느 곳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에 정착촌을 건설하고 약 20만명의 유대인을 이주시켜 비난을 받아 왔으며, 이는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수백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과 터키 깃발을 흔들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비난을 쏟아냈다. (사진=AFP PHOTO)
특히 예루살렘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 해결을 위한 중요한 열쇠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이 자국 수도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독립국 건설 후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으려는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이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다른 2개의 국가로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는 ‘2개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지지해 왔다. 미국은 지난 해 12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지긴 했지만 당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개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스라엘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유대 국가 또는 민주주의 국가 중 어느 것도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2개 아랍 국가들 역시 올해 3월 연례 아랍연맹(AL) 정상회담에서 2개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외에도 예루살렘이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모두에게 성지라는 점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예루살렘엔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솔로몬왕이 세운 ‘통곡의벽’,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승천한 바위돔사원과 알아크사사원, 예수가 묻히고 부활한 곳에 세워진 성묘교회 등이 자리잡고 있다. 세 종교 신자들에겐 단순한 영토 분쟁 지역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프랑스, 이집트 등의 요구에 따라 오는 8일 긴급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른 중동 평화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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