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북한이 25일 인민군 창건 85주년을 맞아 6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강행할 경우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러면서 핵 미사일 도발만 없다면 북중관계가 원상태로 돌아올 수 있고 북한 정권도 보장될 것이라는 회유의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도 경제 제재에는 동참하되 한반도 무력 충돌은 있을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中관영매체 “北 전략적 가치 포기하더라도 핵도발 막아야”
중국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높은 수위로 거센 비난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핵 도발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재차 경고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에 대해 중국은 계속 무시해야’라는 제목의 24일자 사설에서 “북한의 자극적인 말에 아랑곳 않고 우리가 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의 대북정책은 아주 명확하고 예측 가능하다”며 “만약 북한이 집요하게 6차 핵실험을 진행한다면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과의 석유무역을 제한하는 등의 더욱 단호한 제재 결의를 통과시키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북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중국학계 일각에서도 주장하듯 북한이 중국을 위해 보초를 서고 있어 북한이 무슨 일을 해도 중국은 전략적인 타협을 하려할 것이란 인식이 있다”며 “만약 북한이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의 핵보유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고 그것은 또 중국의 중대한 국가적 이익을 해치고 있기 때문에 북한 핵보유를 막는 것은 이미 중국의 동북아 임무중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앞서 22일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북한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외과수술식 타격에 중국은 군사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선언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포기하더라도 핵도발만큼은 반드시 제어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제한 위협으로 평양에 최근 가스 가격이 83%나 폭등했다며 북한의 어려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美, 북한 정권 보장해야…한반도 무력통일은 절대 불가”
중국은 미국의 거센 압박에 대해서도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두 가지는 한반도 군사 충돌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점과 북핵 문제는 근본적으로 미국과 북한의 갈등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24일 사설에서 “비록 현재는 국제적인 제재가 북한을 향하고 있지만 북한이 한반도 긴장국면의 유일한 장본인은 아니다”며 “미국 역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이전 대북정책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재의 미국 또한 오마바 정부와 다른 점이 없다”면서 “만약 새 신을 신고 여전히 옛 길을 걷는다면 목적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희망은 매우 아득하기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력을 통한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 군대가 38선을 넘어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면 즉시 군사적 개입에 나서야 한다고 환구시보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