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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소재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또는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다. 전류를 흘리면 발열 및 냉각이 일어나기 때문에 환경에 유해한 냉매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냉각장치 등에 사용된다. 반대로 온도차를 이용해 자발적으로 전류를 발생시킬 수 있어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열, 신체의 온도, 태양열 등을 모아 전력을 생산할 수도 있다.
열전소재의 효율은 열전도도와 전기전도도에 의해 결정된다. 전기전도도가 높을수록, 열전도도가 낮을수록 성능이 우수한 소재가 된다. 셀레늄화주석(SnSe)은 이 조건을 만족하는 동시에 친환경적이고, 매장량도 풍부해 최적의 재료로 꼽힌다. 단결정 셀레늄화주석의 열전성능지수는 약 2.6으로 지금까지 보고된 소재 중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단결정 셀레늄화주석이 제조가 까다롭고 오래 걸려 대량 생산이 어렵고, 쉽게 부러지는 특성이 있어 사실상 상용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단결정 시료에 견줄만한 성능을 가진 다결정 셀레늄화주석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이뤄졌지만 단결정 대비 30% 이하의 열전성능지수를 나타내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산화주석은 셀레늄화주석보다 열전도도가 140배가량 높은 물질이다. 이 특성이 소재 전체의 열전도도를 향상시켜 열전성능을 크게 저해한 것이다.
이어 연구팀은 산화주석 나노입자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방법도 개발했다. 연구진이 셀레늄화주석 분말을 나노크기로 분쇄(볼밀공정)한 후 저농도 수소 가스를 높은 온도에서 흘려 문제가 되는 산화주석을 간단하게 제거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다결정 셀레늄화주석의 열전도도를 45% 가량 낮춰 단결정 수준으로 만들 수 있었다.
불순물로 작용하던 산화주석 나노입자가 사라져 전기전도도 역시 향상됐다. 최종적으로 개발된 다결정 열전소재의 열전성능지수는 2.5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동일한 작동온도에서 기존 단결정 셀레늄화주석 열전소재에 버금가는 성능이며 보고된 모든 다결정 소재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이다.
이번 연구는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다결정 셀레늄화주석이 높은 열전도도를 보이는 원인을 규명함과 동시에 간단한 화학반응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공장, 자동차 엔진, 컴퓨터프로세싱유닛(CPU) 등 전자소자의 폐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친환경성과 경제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셀(Cell)’의 자매지인 ‘줄(Joule)’ 3월 20일자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