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첨병 P2P금융, 법제화 성공 이후 '본게임' 시작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P2P(개인간)금융 서비스가 법제화되면서, 똘똘 뭉쳤던 업계가 각자 계산법에 따른 물밑 행동에 돌입했다. 신용대출 진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논의되면서 부동산·동산 담보가 주력인 업체들의 긴장감이 엿보인다.

12일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P2P금융을 별도의 금융업으로 인정하고 규제 기준을 정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제정되면서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세부 규정 마련에 앞서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비중이 큰 ‘부동산 담보’와 ‘개인신용’ 사이에 주도권을 둘러싼 ‘조용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준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 운영위원장, 양태영 한국P2P금융협회 회장.

현재 P2P금융업계는 크게 ‘한국P2P금융협회’와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 등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전자가 부동산 담보 중심, 후자가 개인신용 담보 중심으로 구성돼있다. 서로 성격이 다소 다른 탓에 이견이 있었고, 이에 각자 주장하는 바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법제화를 위한 협력은 이어 왔다. 법제화 후에는 단일 법정단체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각 조직의 수장(양태영 테라핀테크 대표, 김성준 렌딧 대표)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준비위원회가 출범한 상태이다.

다만 금융 당국은 개인신용 대출에 더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은 부동산 담보 대출에 대해 여전히 ‘부실하다’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며 “과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의존하다 피해자를 양산한 저축은행 부실사태와 같은 선상에서 보는 기조가 강하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부동산 담보 대출 업체들은 “빅데이터 분석 등 정교한 평가 모델을 통해 부실 가능성을 최소화하며 건전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반면 개인신용 대출 업체들은 “P2P 금융은 원래 포용적 금융을 구현하는데 취지가 있는 것”이라며 일부 부동산 담보 대출 업체의 건전성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 준비위원회 제공

‘동산 담보’ 진영은 공동의견을 마련하며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를 모색하고 있다. 시소펀딩, 디에셋펀딩, 한국어음중개, 모우다, 펀드어헤드 등 동산 담보 상품을 취급하는 다섯개 업체 대표자들은 지난 5일 회동을 갖고 다양한 동산 대출 및 공급망 금융 활성화를 위한 시행령 마련을 위한 협력을 모색했다.

참석한 대표들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 했으며 모우다 전지선 대표가 주축이 되어 각 사별 의견을 취합하여 동산 P2P업계의 공통된 의견서를 정리하고 협의했다.

곽기웅 한국어음중개 대표는 “동산 P2P 금융은 수입 축산물 담보, 전자어음, 매출채권 등 다루는 상품이 다양한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완성도 높은 시행령이 제정되고, 이를 통해 중소기업을 돕는 핀테크 기반의 공급망 금융이 활성화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두식 펀드어헤드 대표도 “동산과 매출채권 등 P2P 업계의 다양성 확보와 조화로운 성장을 위해서 금융당국이 동산 P2P 금융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페이게이트 세이퍼트센터에서 열린 회원기업 간담회에서 페이게이트 관계자가 P2P금융업 법제화에 따른 자사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페이게이트 제공

P2P금융 업계의 결제·지급망 사업에 주력해온 전자금융사업자(PG) 페이게이트도 시행령 마련에 앞서 회원기업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8일 진행한 행사에는 25개 회원기업 40여명이 참석했다. 페이게이트는 이 자리에서 ‘투자금 제 3자 분리보관 서비스’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과 회원기업들의 운영환경 개선을 위한 시스템 고도화 방안 등을 소개했다. 또 자신만의 노하우를 통해 상품기획이나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특허를 추진하고 마련하는 부분에 대한 제안도 진행했다.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는 “페이게이트의 ‘세이퍼트 시스템 및 플랫폼 서비스’를 사용하는 회원기업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 고도화와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회원기업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