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귀순 북한병사 치료, 이벤트 아냐"..김종대 여론 뭇매

  • 등록 2017-11-22 오후 1:19:27

    수정 2017-11-22 오후 2:41:13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 센터장은 공동경비구역(JSA) 귀순 북한 병사에 대한 브리핑에 앞서 김종대 정의당 의원 발언 등 자신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심경을 밝혔다.

이 교수는 22일 치료 중인 북한 병사 상태에 대한 2차 브리핑이 있기 전 자신의 처지를 비롯한 의료진의 상황을 전했다.

이날 이 교수는 “제가 사실은 이것보다 훨씬 더 큰 수술이나 큰 환자 치료를 많이 한다. 오늘 아침에도 여기에 헬기가, 이 기상에 출동하시는 것을 보신 분들이 있으실 거다. 저도 어제 야간 비행을 하고 들어왔다”며 “이렇게 국가적으로 주목 받는 일을 하다 보면 굉장히 큰 불협화음이 터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사실은 최근 며칠 동안 벌어졌던 일련의 문제들 때문에 저희 병원장님께서 굉장히 격노하셨다. 제가 그저께도 병원장님실에 2시간 동안을 불려가 있었고 어제도 1시간 반… 제가 외상센터 지을 때 병원장님을 면담한 횟수보다 이 환자분 일주일 치료하는 동안에 병원장님께 호출을 받은 게 더 많다고 생각될 정도로 저희 기관 자체가 견디기가 힘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교수는 “외부에서 굉장히 나쁜 의견이 제기됐을 때 저희 기관같이 작은 신생 외과대학은 견딜 힘이 없다”며 “병원장님께서도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한국에 외신기자까지 들어와 있는데 제가 그렇게 하면 굉장히 창피한 일 아니겠는가. 그래서 오늘 환자분에 대한 얘기를 원래 더 자세하게 드릴 수도 있는데 제가 말씀을 못 드리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이런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자괴감이 든다. 의사들이 환자분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의학의 전체 영역에서 외과의사들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전문화된 일에 아주 특화돼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저희는 말이 말을 낳고 낳은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를 못하면서 말의 잔치가 돼버리는 그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저희는 그걸 헤쳐나갈 힘이 없다”고 말했다.

“환자분을 치료하고 보는 것은 이벤트가 아니다”라고 밝힌 이 교수는 “이건 어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환자가 수술 딱 끝나는 그다음 날 눈을 뜨고 금방 걸어나와서 퇴원하고 이렇게 하는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지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2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회복상태 브리핑을 한 이국종 교수가 환자 인권 문제에 관해 심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교수는 “(귀순 병사의) 기생충이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생충보다 더 큰 문제는 사실 바이러스 감염이다. 만성 B형간염은 한국에서도 한때 창궐했던 질환으로, 나중에 간경화나 간암까지 가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노출하지 않고 하려는 애를 쓴 것이 첫 번째 보도자료였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 상황이 “괴롭다”고 한 이 교수는 “여러분들은 그 환자분(귀순 병사)한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저희들한테 그런 환자들이 150여 명이 있다”며 “이번에 한국으로 귀순한 북한 병사는 제가 느끼기에, 얘기를 많이 해 보니까 본인의 의사로 넘어온 것 같다. 그 사람이 죽음을 무릅쓰고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자기 몸에 4발 이상을 맞아가면서 거의 죽어가면서 여기까지 온 이유는 자기가 생각했던 한국의 긍정적인 모습을 기대하고 왔지, 중증외상환자가 갈 데가 없어서 수용을 못 하거나 환자분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려고 한국에 온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재차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서 넘어온 북한 군인이, 이제 대한민국의 청년이 한국에서 살면서 기대하는 삶의 방향은, 삶의 모습은 자기가 어디서든지 일하다가 내지는 위험한 곳에서 위험한 일을 당해서 다쳤을 때 30분 내로 헬기로 오든 그라운드 앰뷸런스로 오든 30분 내에 중증외상센터에서 적절한 치료가 벌어지고 그리고 사선을 넘어서 병원에 도착하고 30분 내로, 아니면 적어도 1시간. 골든아워 내에 환자의 수술적 치료가 이루어지는 나라에 살려고 여기를 넘어왔다고 생각한다”며 현장에 있는 취재진에게 그런 세상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김 의원의 발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자신이 놓인 극한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밝히면서 비난의 화살은 김 의원에게 돌아갔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5일 1차 브리핑에서 기생충 감염과 영양 등 귀순 병사의 상태를 상세히 밝힌 이 교수를 ‘인격 테러’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센터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개한 모든 정보는 합동참모본부와 상의해 결정했다”며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비난은 견디기 어렵다”고 반응했다.

김 의원은 또 다시 이 교수를 향해 “의료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혀 논란을 가열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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