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월과 5월 각각 서울 홍대 앞 명물이었던 ‘리치몬드 제과점’과 강남역 명소인 ‘뉴욕제과’가 30여년만에 문을 닫은 데 이어 3번째다. 껑충 뛴 임대료를 당해낼 수 없어 자진해서 철수하거나 젊은 문화 권력에 쇠퇴해 문을 닫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서울 잠원동에 있는 리버사이드호텔은 물 나이트클럽이 있던 LL층을 최신 유행의 고급 라운지 바와 스테이크하우스로 바꾸고 1년여의 개보수를 마친 뒤 다음 달 초 문을 연다고 24일 밝혔다.
1981년 호텔이 생기면서 영업을 시작한 물 나이트클럽은 80~90년대 강남의 대표 클럽으로 인기를 누렸다. 역사가 오랜 만큼 사연도 많았다. 과거 젊은이들이 즐길 문화가 적었던 만큼 당시 연인들의 만남 장소이자, 밤 문화의 대표 서울 명소였다.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 이주일과 지금 ‘가왕’으로 불리는 조용필이 이곳에서 공연도 했다.
물 나이트클럽이 간판을 내리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1995년 3월 부도를 맞은 이후 10년 넘게 경매에서 유찰되다가 2008년 경매를 통해 현재 소유주인 가우플랜(구 하이브리드건설)에 넘어갔다. 소유권을 확보한 가우플랜은 지난 5년간 12∼13층의 풀 살롱은 객실로, 3층 터키탕은 스파 시설로, 카바레는 고급 중식당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왔고, 내달 오픈을 앞두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명물로 불렸던 ‘리치몬드 과자점’는 자본의 공세에 문 닫은 경우다. 1979년 창업한 이름난 전통 빵집이었으나 결국 2012년 1월31일 마지막 영업을 끝으로 폐점했다. 대신 이 건물에는 롯데그룹 계열인 엔제리너스 커피전문점이 입점해 운영 중이다.
김용수(45)씨는 “내 또래라면 강남 뉴욕제과 앞에서 친구들을 만나 한잔한 후 물나이트에서 여흥을 즐기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 봤을 것”이라며 “이시대의 명물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 같아 무척 섭섭하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