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라 말 못했는데"‥與, 사내유보금 과세 반발기류

이인제, 당 지도부로는 처음 공개석상서 비판 목소리
  • 등록 2014-07-30 오후 3:15:18

    수정 2014-07-30 오후 3:15:39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그동안 선거(7·30 재보궐선거)가 있어 말을 안했는데, 굉장히 걱정이 많이 된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 7·30 재보선 당일인 만큼 투표율 독려 등의 발언들이 나올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가시돋힌 고언(苦言)들이 쏟아졌다. 특히 ‘최경환 경제팀’이 추진하고 있는, 사내유보금 과세를 골자로 한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한 비판이 공개석상에서 처음 나왔다.

이인제 “사내유보금 과세, 굉장히 걱정돼”

당내 비주류 중진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날 “과거 제가 노동행정을 해본 경험이 있어 지금 너무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고 운을 떼면서 사내유보금 과세안에 직격탄을 날렸다. 당 지도부로서는 첫 비판의 목소리였다. 그는 지난 1993년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 최고위원은 “기업 사내유보금 450조원을 풀어 가계소득으로 이전해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는 회사가 어떤 회사들이냐”고 반문하면서 “고용 대부분을 하는 중소기업이 갖고 있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몇개 재벌 대기업이라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동차 조립업체에 한명의 근로자가 있으면 협력업체는 아홉명이 있다”면서 “조립업체 임금이 협력사의 두배인데, 두배 이상 임금 받는 근로자들에게 더 나눠주라는 게 어찌 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임금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중구조 노동시장에 큰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소장파 김태호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이날 사내유보금 과세를 두고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표현했다. 난국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쓰는 방안이라는 얘기다. 이 최고위원만큼은 아니었지만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였다.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여권의 비판이 딱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사내유보금에 법인세를 부과하자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이인영 의원안)이 나왔을 당시에도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았다.

여권 한 관계자는 당시 “사내유보금은 법인세를 납부한 이후의 금액인 만큼 이중과세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사내유보금의 상당부분이 이미 실물자산에 투자돼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3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 대비 현금성자산 비중(2012년 기준)은 15.2%였다. 사내유보금 과세가 배당 촉진에는 일시적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투자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비주류 중진들의 성토 “靑에 할말은 해야”

‘친박 실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긴 하지만, 지금도 여권 내 수면 아래에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때문에 이날 이 최고위원 등의 발언들이 재보선 이후 추가적인 사내유보금 과세 논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내 일각에서는 재보선 이후 당·정·청 관계에 대한 비주류들의 ‘목소리 키우기’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비판도 당이 정부에 끌려가고 있다는 자성에서 나왔다. 당내에 비판 여론이 있지만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당이 정부와 협의하면서 잘 주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비주류 중진인 정병국 의원도 “청와대와 정부에 할 말은 하는 모습도 국민에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을동·이인제·김태호 최고위원과 이완구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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