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지구자기장 각인하고, 후손에게···'회귀본능' 실마리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초파리가 지구자기장을 각인하고 후손에게 전해준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동물은 출생 직후 특정 시기에만 시각, 후각 자극을 기억해 성체가 된 후 동일 자극에 반응하는 각인 특성이 있는데 초파리를 활용해 동물의 자기각인행동을 알아낼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채권석 경북대학교 생물교육과 교수 연구팀이 초파리가 지구자기장을 각인하고, 이를 이용해 먹이를 찾는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초파리의 지구자기장 각인 시기.<자료=한국연구재단>

동물들은 오감 외 자기장을 감지하는 ‘제6의 감각’이 있다. 가령 철새, 연어, 바다거북은 출생 후 출생지의 지구자기장을 감각, 기억해 회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성장단계 중 어느 시기에 지구자기장을 기억하고, 기억한 지구자기장 정보를 무엇에 이용하고 어떻게 후손에 전해주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지구자기장을 느낄 수 있으면서, 행동학이나 유전학 실험에 자주 쓰이는 초파리를 실험모델로 이용했다.

초파리는 산란 후 6시간에서 9시간 사이의 알 시기에 노출된 지구자기장을 각인하고, 성체 초파리가 된 이후 30시간 정도 단식하면 알 시기에 노출됐던 자기장과 동일한 방향으로 이동했다.

각인된 초파리라도 굶지 않은 상태이거나 다른 지구 자기장에 놓여 있을 때에는 각인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각인이 이뤄졌던 시기의 특정한 생리적 상태와 지구자기장에서만 각인 행동을 보인 것이다.

부모세대의 각인행동은 특정 지구자기장에 노출되지 않고 성장한 후손 1세대에서도 관찰됐다. 각인된 수컷과 각인된 암컷 부모 초파리로부터 태어난 후손에서만 나타나 초파리의 지구자기장 각인행동 유전은 부·모 개체 모두에 의존적이었다.

채권석 경북대학교 생물교육과 교수는 “초파리를 활용해 동물의 지구자기장 각인 시기와 생물학적 규명을 알아냈다”며 “생명체의 지구자기장 각인과 분자·세포적 기작을 심층 연구하고, 인간의 지구자기장 각인여부와 기능을 탐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립 과학원회보’에 지난해 12월 30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