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미래 위한 '통큰 결단'…분쟁종식 전격 합의

삼성·LG, 진행 중인 모든 법적분쟁 끝내기로
경영여건 악화, 소송 피로증 확산이 합의 배경
"대화로 풀자"…처벌수위 낮추는 데 도움될 듯
  • 등록 2015-03-31 오후 2:56:55

    수정 2015-03-31 오후 4:55:21

[이데일리 이재호 박형수 기자]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삼성과 LG가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법적 분쟁을 종식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 등 양측의 주력 계열사가 얽혀있는 문제인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의중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턱밑까지 추격해 온 상황에서 한국업체들끼리 서로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소모적인 분쟁을 끝내기로 ‘통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

“싸울 때 아니다” 공감대…소송 3건 취하

삼성과 LG는 31일 발표한 공동 보도자료에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와 LG전자·LG디스플레이는 상호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소 취하 등 필요한 절차를 밟고 관계 당국에도 선처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사업 수행 과정에서 갈등과 분쟁이 생길 경우 법적 조치를 지양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LG는 총 3건의 소송에 대해 분쟁을 끝내기로 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사안은 조성진 LG전자 사장의 세탁기 고의 파손에 따른 소송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가 담당하고 있으며 조만간 2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유출과 관련된 분쟁도 포함돼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협력업체와 공모해 LG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을 고의적으로 빼낸 의혹을 받고 있으며, 현재 수원지검 특수부는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 4명과 협력업체 사장을 불구속 기소한 상태다.

마지막은 LG전자가 국책과제 평가위원을 통해 삼성전자의 시스템에어컨 관련 영업비밀을 빼낸 사안으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기술 유출을 주도한 LG전자 전 임원과 평가위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법정에서 첨예하게 맞섰던 삼성과 LG가 돌연 분쟁 해소를 결정한 것은 현재 처한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양측은 “이번 합의는 엄중한 국가경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데 힘을 모으고,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자는 최고경영진의 대승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물론 이재용 부회장과 구본무 회장도 분쟁을 끝내는 데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새로운 시대를 맞아 건전한 경쟁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LG는 최고경영진인 조성진 사장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소송까지 진행되는 현 상황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어느 쪽이 먼저 합의 제안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대부분 형사사건, 합의 실효성은 ‘글쎄’

삼성과 LG는 기존에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하고, 필요할 경우 법원과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원만한 합의를 이루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탄원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담당 재판부와 검찰이 이번 합의 정신을 고려해 선처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제는 진행 중인 소송이 모두 형사 사건이라는 점이다. 소송을 취하한다고 법적 절차가 중단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실제로 조 사장의 세탁기 파손 사건의 경우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3가지 혐의로 기소돼 있다. 삼성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면 반의사불벌죄인 명예훼손 혐의는 공소 기각되겠지만 나머지 2가지 혐의에 대한 소송은 그대로 진행된다.

OLED 기술 유출과 시스템에어컨 기술 유출 건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모두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이다.

법조계에서는 처벌 수위가 낮아질 수는 있지만 무혐의 판결이 나오거나 검찰이 기소를 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반의사불벌죄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는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재판 및 처벌이 이뤄지게 된다”며 “다만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강력히 전달한다면 양형 단계에서 이같은 점이 고려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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