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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23일 대우조선에 대해 2조9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추가 자금 투입 결정은 대우조선이 채무불이행 등에 빠지면 수 십조원에 달하는 직접 비용과 대규모 실업, 조선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우조선은 일단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아보인다. 공적자금 추가 투입에 따른 각계의 비판을 고려할 때 어떻게든 자생력을 키우고 근본적인 사업 구조를 개선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오는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결정에 따른 회사의 입장과 향후 정상화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소난골 인도 협상, 최상의 결과 이끌어내야
대우조선의 최우선 과제는 이번 유동성 위기의 단초가 된 소난골 드릴십 인도다.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은 대우조선에 시추선(드릴십) 2기 건조를 맡겨 작년 여름 가져갈 예정이었지만, 국제 유가가 당초 기대치의 절반 수준에 그치자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인수를 미뤘다. 여기에 묶인 잔금이 1조원에 달한다.
일감 확보 총력..수주 목표 달성은 미지수
작년에 역대 최악의 수주실적을 기록한 만큼 올해는 신규 수주에 주력해야 한다. 일감을 확보해야만 회사의 잔존 가치가 높아진다. 문제는 현재 세계 조선업 경기가 최악의 상황이라 생각대로 일감을 따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성립 사장은 지난 2월과 3월 두달에 걸쳐 신규 수주를 위한 해외출장에 총력을 다했지만 2건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대우조선이 올해 수주 목표 55억달러(상선 30억달러, 해양 15억달러, 특수선 1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조건부 워크아웃이나 기업 분할이 이뤄질 경우 수주 영업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 현재도 대우조선 상황이 좋지 않다는 평판이 퍼지면서 신규 고객 확보는 어려운 상태다. 불경기 속에서 기존 고객의 발주에만 의존해서는 매달 수 천억원씩 소요되는 운영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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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용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면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 호황시절과 비교했을 때 도저히 그때 방식으로는 회사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국내 조선업계의 신규 수주는 지난해 177만6000CGT로 전년 대비 81.5% 감소했다. 거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 대우조선은 이미 비핵심 자산을 상당 부분 매각했거나 추진중이고, 올해 들어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순환 무급휴직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와 회사 측이 그 동안 밝힌 방안을 종합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해양플랜트 부문을 대폭 축소하고, 경쟁력 높은 상선과 방산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어떤 식의 구조 개편이던 상당한 폭의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조직 내부는 물론 선주들에게도 이를 잘 설명해 더 이상의 진통없이 매끄럽게 진행해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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