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갑작스러운 인파는 삼양통상(002170)의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주주명부 확인을 하는 소액주주들의 행렬이었다. 직업은 학생부터 직장인, 주부, 전문가까지 가지각색. 사는 곳도 모두 달랐다.
아침부터 모인 이들의 모습에는 묘한 흥분감이 서려 있었다. 소액주주로서 대주주를 견제하는 안건을 표 대결로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서다. 고작 9주·10주·50주씩 가진 이들이 150만여주를 가진 대주주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단결된 소액주주의 힘이었다.
삼양통상의 소액주주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연락해 이 자리에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몇몇은 어젯밤 지방에서 올라와 숙박하며 기다린 사람도 있다”며 “소액주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날 이들 소액주주가 모은 지분은 총 28.7%. 주주총회에 참석한 50여명의 주식 외에도 자리에 참석할 수 없는 170여명의 주주에게 위임을 받아 모은 지분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주주총회 전, 6.08% 지분을 가진 조광피혁(004700) 대리 출석인이 등장하자 대화를 시도하려는 삼양통상 측과 소액주주 간의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해당 안건의 표결 결과는 출석 지분 중 39.2% 반대. 조광피혁이 소액주주의 손을 들어주며 삼양통상의 안건을 부결시켰다.
결국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강상순 전 LG유플러스(032640) 네트워크팀장이 비상근감사로 선임됐다.
결과가 나오자 한 주주는 “정말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소액주주가 권리를 찾는 행복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들은 이번 소액주주들의 행동이 우리나라 기업문화에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기혁 삼양통상 소액주주 대표는 “진짜 될지, 시기는 언제쯤이 될지 생각해 왔던 일들이 현실이 됐다”며 “우리가 정말 회사의 주인으로서 대접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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