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정말 환율을 '조작'했을까

유가 급락·내수 부진 등 경상흑자 증가 폭 확대
고령화도 흑자 늘려…해외투자 등 수급도 영향
  • 등록 2017-02-17 오후 2:17:27

    수정 2017-02-17 오후 2:24:5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일부러 경상수지 흑자를 내기 위해 환율을 어떻게 해본다? 있을 수 없습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단호했다. 지난 16일 경제관계장관회의가 끝난 뒤 쏟아진 기자들의 질문에,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제기한 환율 ‘조작’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같은 의혹은 이번뿐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원화를 의도적으로 절하시켜 수출에서 이득을 얻는다는 눈초리를 받았다. 지난해 4·10월 미국 재무부가 낸 환율보고서에서도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 직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에 두 번 연속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만 해도 1000억달러에 가까운 경상수지 흑자가 그 증거로 꼽힌다. 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7%에 이른다. 통상 3% 안팎이 ‘보통’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많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따져보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급증한 것을 모두 환율 덕이라고 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불황형 흑자’ 꼬리표…유가도 급락

경상수지 흑자는 해외에 상품·서비스를 팔아 벌어들인 돈(수출)이 상품·서비스를 사들이며 쓴 돈(수입)보다 더 많았다는 의미다. 지난해까지 19년째 이어진 기조다.

다만 최근에는 ‘불황형’이라는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수출이 줄었는데도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수입이 줄어들어 생기는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1분기 경상수지 내 상품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2% 줄어드는 동안 상품 수입은 이보다 더 큰 20.1%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3분기까지도 계속됐다.

2014년 하반기 들어 반토막 난 국제유가 또한 경상흑자 규모를 불렸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전량 수입해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여 해외에 되판다. 유가가 내리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통상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하락했을 때 경상수지가 80억~86억달러 개선된다.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유가가 지난해 1월 22달러까지 미끄러졌다가 최근 다시 50달러대를 회복했다.

실질 가치로 따져본 원화 흐름은 우리나라 경제를 가늠하는 수출과도 비슷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실질실효환율(REER)은 물가상승률, 국가별 무역 가중치 등을 고려해 주요 교역대상국 통화 대비 원화 가치를 말한다. 실질실효환율은 수출이 늘면 함께 올랐다가 수출이 줄면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수출 증감율은 우리나라 경기 흐름을 정확하게 반영한다”며 “실질환율 흐름은 펀더멘털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자료=국제결제은행(BIS), 한국은행


고령화 빨라지는 韓…노후 대비 저축↑

정부는 우리나라 사회적 구조도 경상수지 흑자를 키웠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소비성향이 낮은 노인 비중이 높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내수가 부진해졌고 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거시경제학 공식을 보면 국민소득(Y)은 총수요 ‘소비(C)+투자(I)+정부지출(G)+수출(X)’, 총공급 ‘소비(C)+저축(S)+세금(T)+수입(M)’과 같다. 정리하자면, 경상수지(X-M·순수출)는 민간 순저축(S-I)과 정부 순저축(T-G)을 합한 값이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민간과 정부 모두 순저축이 많은 상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미래소비, 즉 노후에 쓸 자금을 마련하고자 저축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시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저출산·고령화가 본격화한다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저축도 줄어들 것”이라며 “점차 경상수지 흑자 폭도 따라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유일호 부총리 역시 이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화로 순저축하는 국가”라며 “이런 부분이 달러화 대비 (약세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들어온 만큼 나간다…해외투자 성장세

외환시장 내 달러 수급은 경상수지 흑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해외투자 때문이다. 연기금은 물론 자산운용사 증권사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제수지를 보면 지난 한해 동안 금융계정 순자산 규모는 1004억달러 늘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해외에 투자한 규모가 확대됐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인 986억달러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492억달러로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을 갈아치웠다. 실제 송금액도 352억달러를 기록했다.

해외에 투자하기 위해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려는 수요는 외환시장의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 환율은 지난해 8~9월께 달러당 1090원 아래를 넘보기도 했지만 기관투자가 등의 해외투자 수요가 나오면서 견고한 바닥을 확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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