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 고려 안 한 정부..카톡은 예약전송, 카풀은 시간선택 금지

고용노동부, 카카오에 '카톡 예약전송기능' 넣어라 압박
카카오 "사회적 합의가 먼저"..메신저 실시간성 무시 지적도
국토교통부, 카풀앱에 출퇴근시간만 써라 유권해석
유연근무제 같은 4차 산업혁명 고려 안해 갈등만 키워
  • 등록 2017-09-14 오후 3:02:23

    수정 2017-09-14 오후 3:20:2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두인 ‘유연근무제’ 추세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규제를 앞다퉈 도입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회적 합의로 관련 법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민간 기업(카카오)을 압박해 카카오톡에 ‘예약전송기능’을 넣으라 했고, 국토교통부는 카풀앱(풀러스 등)의 ‘시간선택제 기능’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니 하지 말라고 했다.

이를 두고 ‘실시간’이라는 메신저의 속성은 물론,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근로환경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채 규제만 늘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퇴근 후 카톡이 문제 되는 것은 근로자의 휴식권을 침해하기 때문인데, 카톡에 ‘예약전송기능’을 넣어도 전화나 문자 등 다른 수단으로 실시간 업무 지시를 할 수 있다. 초과근무의 정의를 내리지 않은 채 ‘업무외 카톡’을 금지하거나 카풀앱에 스마트워크 추세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재의 ‘출·퇴근 시간’만 서비스하라는 것은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법 통과 전에 정부가 민원?…업무시간외 카톡 금지는 사회적 합의부터

고용노동부 실무진은 지난달 카카오 본사를 방문해 카톡을 이용한 퇴근 시간 업무 지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저녁 늦게 업무 관련 메시지를 바로 보내지 않고 아침에 전달할 수 있도록 ‘예약전송’ 기능을 카톡에 추가해달라고 카카오 측에 요청했다. 퇴근 후 카톡을 이용한 업무지시 관행을 바로잡는 공동 캠페인을 하자고도 했다.

카카오는 신중한 입장이다. 카카오는 14일 공식 자료를 내고 노동부의 요청으로 실무선에서 미팅을 한 바 있으나, 향후 카카오톡 기능 개선에 대해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없다고 했다.

카카오는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사회 전체 논의를 환영한다면서도, 메신저, 메일, 전화 등 퇴근 후 업무 지시 문화의 개선은 한 서비스의 기능 도입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업무 시간외 카톡 금지령은 다른 나라보다 노동시간이 긴 우리나라에선 심각한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퇴근 후 업무카톡 금지’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에 발의돼 있어 법 통과 이전에 정부가 기업에 서비스 개선을 요구한 것은 너무 앞섰다는 평가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이 되려면 어떤 것을 초과 근무로 볼 수 있을 지에 대해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유연근무제 추세인데…카풀앱 ‘시간선택제 금지’도 논란

최근 국토교통부는 카풀앱을 서비스하는 풀러스·럭시·티티카카 3개 카풀앱 업체에 ‘카풀서비스 관련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준비 중인 시간선택제와 같은 24시간 운영방식은 관련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어 제도 시행을 자제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카풀앱은 스마트폰으로 카풀 운전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승차 공유 서비스다. 운전자는 출퇴근 시간에 가외수입을 올릴 수 있고 동승자는 택시요금의 70% 수준에 이용할 수 있어 인기다.

그런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사업용이 아닌 자가용 자동차가 돈을 받고 운송(유상운송)을 하면 위법이다. 예외적으로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 유상운송이 가능한데, 카풀앱들이 출퇴근 시간 이외에 이용하거나 1일 유상운송 횟수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는 위법이라는 게 국토부 해석이다. 카풀앱들이 이를 어기면 운전자와 알선업체 모두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업계는 스마트워크 같은 유연근무제 추세나 공유경제 시대를 고려하지 않은, 택시업계만 고려한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박용후 PYH 대표는 “카톡 예약전송기능 강제화나 카풀앱 시간선택제 금지는 해당 규제로 이익이 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있는데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밀어붙이면 되겠는가”라고 했다.

한편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헌법과 ICT의 역할’ 세미나에서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로봇과 인공지능(AI)이 들어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고용의 유연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데,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일노동·동일가치’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퇴근 이후 카톡 금지령이나 카풀앱 허용 범위 같은 화두도 논의해야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보장과 처우 개선이 더 중요한 문제이고, 유연근무제 시대를 고려한 갈등 조정과 규제 완화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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