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2곳 철근 담합 적발…수천억 과징금 폭탄 터지나

제강 6개사 등 총 12개사 담합…혐의 담합기간만 5년
해당기간 매출액 4조…3%만 부과해도 1200억 과징금
공정위, 민수 철근 및 고철 이어 또다시 철강업계 조준
제재 확정시 관급입찰 최장 2년 불가…손배소 가능성도
  • 등록 2022-01-24 오후 4:02:46

    수정 2022-01-25 오전 7:13:26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공지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규모 관급 철근담합을 적발하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대형 제강사부터 소규모 압연업체까지 무려 12개 회사가 가담한 대형 담합이다. 혐의 기간 관련 매출액이 4조원이 넘는 만큼 수 천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제강 6개사 등 12개사 담합…혐의 담합기간 5년

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대제철·동국제강·한국철강 등 대형 제강사 6개사 및 압연업체 6개사 등 총 12개사의 관급 철근담합 조사를 마치고 최근 제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격)를 발송했다.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사무처는 과징금과 함께 일부 업체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철근(사진 = 뉴시스)


공정위는 피심인(제재대상) 기업들로부터 다음 달까지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받은 뒤 전원회의를 열고 위법성 판단 및 과징금 수위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전원회의란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모두 참석하는 공정위 최고 의결기구로 1심 재판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이들 12개사가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관급 철근 입찰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약 5년 간 가격 담합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2018년 제재한 민수용 철근 담합 기간이 1년 6개월 정도였던 것과 비교해 3배 가까이 길다.

이데일리가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2012~2016년 철근 공급실적에 따르면 이 기간 공급금액은 약 4조1572억원에 달한다. 공정위 과징금은 매출액 기반으로 부과되는데, 앞선 2018년 민간 철근 담합 때 매긴 과징금 부과율(3%)로만 계산해도 12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담합에 가담한 12개사는 관급용 철근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 = 이데일리DB)


이번 담합은 현대제철·동국제강·한국철강과 같은 대형 제강사뿐 아니라 제강사로부터 원재료가 되는 빌릿(Billet)을 구매해 철근을 만드는 작은 압연회사까지 모두 가담했다는 점에서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들이 민수 철근 담합 때와 마찬가지로 담합 논의 및 실행과정을 철저히 준비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공정위 조사와 관련 “현재 심사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공정위 관계자 역시 “심의를 준비 중인 사안으로 관련해 발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공정위, 2018년부터 ‘철강 담합 전쟁’ 중

공정위는 2018년부터 제강업체와 담합전쟁을 벌이고 있다. 2018년 9월에는 현대제철·동국제강·한국철강·대한제강·와이케이스틸·환영철강 등 6개 제강사가 직판 또는 유통용 철근의 할인폭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한 담합을 적발해 총 119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동시에 5개사는 검찰 고발도 했다.

6개 제강사는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으나 최근 대법원은 공정위의 판단이 옳다며 최종확정했다. 제강사들은 서울고법에서 패한 뒤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원심판결에 위법이 없어 본안심리 없이 종결)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또 공정위는 지난해 초 7개 제강사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약 8년간 철근 등 제강제품의 원재료인 철스크랩(고철) 구매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총 3000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민수 철근 담합으로 제재를 받았던 현대제철·동국제강·한국철강·대한제강 등이 다시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업계 맏형 격인 현대제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업계 담합은 최대 사업자가 주도 또는 깊이 관여해야 담합이 장기간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제철은 민수 철근 담합과 철스크랩 담합에서 모두 검찰 고발이 병행됐을 뿐 아니라 소속 직원들이 공정위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전·현직 임직원은 출석 요구를 모두 무시하다가 억대 과태료를 내기도 했다.

제재 확정시 관급 입찰 최대 2년 불가…손배소 가능성도

철근 관급 담합에 대한 제재가 확정되면 피심인 업체들은 공정위 과징금과는 별도로 조달청 입찰 제한 불이익과 동시에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2021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가 개막한 29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전시장을 찾은 참가자들이 참여 업체의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먼저 조달사업법에 따르면 경쟁입찰과정에서 담합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국가계약법 29조에 의거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공정위 제재 수위에 따라 2년부터 최소 1개월 동안 조달청 입찰이 금지된다. 관급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기업일수록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또 담합 철근을 공급받았던 정부부처·지자체로부터 부당이득을 환수하라는 취지의 손해배상소송도 제기될 수 있다. 조달청은 직접 구매기관이 아니기에 소송여부는 직접 구매한 기관이 판단한다. 조달청은 피해 구매기관 다수가 소송에 나서겠다고 하면 대표단을 구성해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대표단이 구성이 어려우면 기관별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조달청 관계자는 “담합을 했다고 구매기관이 무조건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지는 않는다”며 “조달청은 수요기관의 의견을 듣고 대표단을 구성하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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