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이 이처럼 매입 비용만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프라임급 건물을 잇달아 매입할 수 있는 배경은 막대한 현금 보유력 덕분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임대주택으로 성장한 부영은 꾸준한 현금 유입이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히는 회사다.
임대주택 한 우물 파 현금 부자 등극
여기에 입주 5·10년이 지나면 임대기간이 만료되고 분양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이때 또 다시 막대한 현금을 챙길 수 있다. 부영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영업활동에서 6조 7929억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했고 이를 재원으로 공사비 4조 4374억원을 충당했다. 또 2013년 정부가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면서 내년까지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키로 했지만 이미 부영은 상당한 규모의 사업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부영은 지난해 10월부터 인천 송도 대우자동차판매 부지, 강원 태백 오투리조트, 경기 안성 마에스트CC, 제주 더클래식CC 등을 사들이며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까지 매입하면 올해 인수 금액만 이미 1조원이 넘어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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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임대주택 사업을 두고 최근 부영이 투자를 늘리고 있는 데에는 이 회장의 결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로 76세인 이 회장은 현재도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현장을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각종 인수·매입 경쟁에서 다른 경쟁자를 제치고 높은 가격을 써낼 수 있는 것은 오너인 이 회장의 판단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매입에도 부영은 신한카드(4200억원)보다 약 300억 높은 4500억여원을 써내 우선협상 대상자 자격을 따냈다.
다만 불안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5년 재무제표 기준 부영의 부채비율은 438%로 1년 전보다 76%포인트 증가했다. 사업다각화로 인한 투자 지출이 큰 폭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 다각화에는 대규모 초기 투자자금이 소요되는 한편 투자자금 회수는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데다가 경제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좌우된다. 부영의 대표적인 장점인 ‘안정성’이 훼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주택시장의 호황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향후 회사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