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전자-금융-건설' 3대 축으로 운영된다

비주력·저수익 사업 정리…이재용 부회장 지배력 강화
  • 등록 2014-11-26 오후 5:29:36

    수정 2014-11-26 오후 5:29:36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삼성그룹이 26일 삼성테크윈(012450),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등 4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키로 결정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화학을 제외한 ‘전자-금융-건설’ 등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몸집을 줄여 ‘잘하고 있는, 잘 할 수 있는, 잘 해야 하는’ 이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전자, 금융, 건설 등 세 사업 영역 모두 이 부회장의 지배력 아래에 있어 이 부회장 체제로의 가속화가 예상된다.

◇삼성·한화 이해관계 부합

이번 두 그룹의 인수·합병(M&A)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정부 주도의 ‘빅딜’ 이후 주요 그룹 간의 대형 계열사 매각이기 때문이다. 또 사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 한화그룹과 몸집을 줄여 내실을 기해야 하는 삼성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삼성은 석유화학 업황 악화와 중국 업체의 성장으로 화학 계열사의 실적 악화로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었다. 삼성종합화학은 지난해 매출 2조3642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576억원에 달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한화그룹에 계열사를 매각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두 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며 “계열사 매각을 통해 확보한 1조9000억원의 자금은 신규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고 그룹의 사업체질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삼성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글로벌 경쟁력 기준에 미달하는 계열사들을 정리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며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회사들인데다 순환출자 고리에 포함돼 있지도 않아 전체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도 방위사업에서 자주포, 장갑차 등 지상무기에 대한 통합 솔루션을 갖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며 “다만 삼성테크윈 소속의 엔지니어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자-금융-건설’ 삼각편대가 삼성 이끈다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 등 일부 화학 계열사가 남아있지만 삼성종합화학·삼성탈레스를 매각하면서 사실상 삼성그룹은 화학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뗀 셈이다.

삼성정밀화학은 삼성그룹의 신수종 사업 중 하나인 2차 전지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또 삼성BP화학이 생산하는 초산과 초산비닐 등 다양한 산업의 기초 소재로 사용된다. 삼성그룹이 옛 제일모직 소재부문을 삼성SDI(006400)와 합병한 것도 소재와 부품사업 강화를 위한 조치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는 앞으로도 소재기술 개발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앞으로 삼성전자(005930)를 중심으로 한 ‘전자사업군’, 삼성물산(000830)을 중심으로 한 ‘건설사업군’, 삼성생명(032830)을 중심으로 한 ‘금융사업군’ 등 삼각편대 형태로 운영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010140)삼성엔지니어링(028050)의 합병이 주주반대에 부딪혀 무산됐지만 삼성의 사업조정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삼성중공업과 엔지니어링도 일정기간 후에 다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구조조정 수위가 높아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간 흡수합병과 사업조정만으로는 비대해진 조직을 관리하는 데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며 “이번에 매각하는 4사의 경우 삼성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도 과감히 외부 매각을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이재용 부회장 지배력 강화

이날 이뤄진 삼성과 한화의 대규모 계열사 인수·합병에 이재용 부회장이 관여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테크윈의 경우 매각처까지는 논의되지 않았지만 매각을 포함한 경쟁력 강화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연초에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이 회장의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이후 장남 이 부회장이 실절적으로 그룹 경영을 맡은 상황에서 이번 결정에도 깊숙히 관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 0.1% 미만으로 취득하면서 금융 계열사 지배력 강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 상속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고 향후 금융 계열사의 경영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또 일각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삼성SDS(018260)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는 내년 5월에 삼성SDS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 상속세 재원, 계열사 지분 추가 매입 등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당초 화학계열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은 이번 매각으로 900여억원의 현금만 손에 쥐었을 뿐 그룹 내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다만 삼성SDS(018260) 상장에 따른 주식보유가치와 이번에 900억원을 바탕으로 계열사 지분 확대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수 년전부터 예상된 이 부회장 3남매의 그룹 계열분리를 통한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는 사실상 무너졌다”며 “현재 삼성그룹 체제를 유지하면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는 모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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