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 대여소 늘린다는데…'개통 1년' 자전거도로 잡음 여전

폭 37cm 남짓 좁은 인도 탓…자전거도로서 '충돌'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간 '주먹 다툼'도 벌어져
청와대 개방 맞춰 자전거 대여소·도로 확충 예정
  • 등록 2022-04-27 오후 2:16:18

    수정 2022-04-27 오후 9:25:06

[이데일리 김윤정 이소현 기자] “여기 자전거도로예요! 비키세요!”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황효린(37)씨는 자전거를 타고 청계천을 달리는 20분 동안 4번이나 “비켜 달라”고 소리쳤다. 자전거도로를 보행자들이 차지한 데다가 아무리 경적을 울려도 비켜주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 일쑤다.

청계천 자전거도로 인근에서 섬유 가게를 운영하는 변태양(45)씨도 “길 건너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간 싸움을 심심찮게 본다”면서 “왜 멀쩡한 인도 두고 자전거도로로 다니느냐는 식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26일 시민들이 출근시간대 청계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김윤정 기자)
종로구 청계광장부터 동대문구 고산자교를 잇는 자전거도로가 개통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좁은 인도 탓에 보행자들이 자전거도로로 걷는 경우가 빈번해 충돌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청와대 개방에 맞춰 자전거도로와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를 확대할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 19일과 25일, 26일 이데일리가 찾은 자전거도로 일부 구간은 안전 문제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청계천 마전교 인근 자전거도로에는 인도를 넘어 자전거도로까지 침범해 걷는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도로 위 ‘보행자 주의’ 표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도로를 걸었다. 이에 자전거 운전자는 보행자를 피하려 경적을 울리는가 하면, 이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비켜 갔다.

정릉청교 인근 인도와 자전거도로 모습으로 인도에 심은 가로수 탓에 보행자는 37cm 남짓 폭의 인도를 걸어야 한다.(사진=김윤정 기자)
보행자들이 자전거도로 쪽으로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도가 좁아 통행하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이모(28)씨는 “사람 다니라고 만든 길인지, 가로수를 위한 길인지 모르겠다”며 “인도가 말도 안 되게 좁아서 두 명이 걸어가면 가로수에 부딪히는 구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동대문구 용두동 정릉천교 인근 자전거도로는 가로수 때문에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였다. 해당 구간의 폭은 40cm도 채 되지 않았다. 동대문구 용신동에 사는 김모(55)씨는 “너무 좁다. 나무를 피해 걷다 보면 자전거랑 부딪힌다”며 “평일 저녁에 늘 산책하는 길인데 몇 번이고 자전거랑 부딪힐 뻔했다”고 말했다.

일부 구간에서는 청계천을 구경하려면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천과 인접한 쪽에 인도 대신 자전거도로만 배치한 탓이다. 인근 파출소 A 경찰관은 “청계천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자전거도로 쪽으로 걷게 되는 구조”라며 “동대문시장 인근 도로는 자전거도로 폭을 넓혀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반씩 병행 설계했는데 더 나은 구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전거도로에서 생긴 갈등 탓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 인근 파출소 A 경찰관은 “자전거도로에서 걷던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 간 다툼이 주먹싸움으로 번져 입건 후 벌금 처분이 내려진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파출소의 B 경찰관도 “자전거도로상 다툼을 중재하기 위해 출동한 적이 몇 번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자전거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막으려는 조처를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자전거도로 근처에 보행자 통행금지 표식과 플래카드를 추가 설치했다”며 “이번 달부터 자전거 교통순찰대에서 계도 활동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19일 방산시장 근처 청계천 새벽다리 인근 자전거도로 모습으로 천을 따라 인도가 없이 자전거도로만 배치돼있어 보행자들이 자전거도로를 걷고 있다.(사진=김윤정 기자)
전문가들은 보행자 교육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경옥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 연구위원은 “가장 큰 문제는 보행자들이 자전거도로가 ‘차도’란 인식이 없어서 보행자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관리 당국은 노면표시나 표지판을 더 세우고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청와대 개방에 맞춰 따릉이 대여소를 확대할 예정이다. 우선 청와대 인근 따릉이 대여소 4곳(안국동 사거리, 종로구청 옆, 효자동 삼거리, 청와대 앞길)의 거치대를 증설하고, 2곳(경복궁 신무문, 경복궁 건춘문)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와대 개방일인 다음 달 10일에 맞춰 대여소가 증설되도록 내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방 시점보다는 다소 늦어질 전망이나 청와대 인근 자전거도로도 단방향에서 양 방향으로 확대한다. 시 관계자는 “자전거도로를 확대하려면 보도 폭을 넓히고 차도를 축소하는 등 도로 구조 및 기능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며 “청와대 개방 시점보다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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