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뛰고 임금 올리고…길어지는 미국 '인플레 충격'

미국 8월 CPI, 전년 동월 대비 5.3% 상승
시장 예상치 5.4% 소폭 하회…근원 4.0%↑
전기 대비 상승률 0.3%…점차 둔화 추세
다만 임대료, 자동차 가격 등 갈수록 뛰어
아마존, 월마트, 타깃 등 일제히 임금 인상
"연준 테이퍼링 예정대로"…미 증시 우려
  • 등록 2021-09-15 오후 3:31:55

    수정 2021-09-15 오후 9:23:17

미국 메릴랜드주 주도 아나폴리스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 대기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물가가 또 고공행진을 했다. 올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하회했지만, 여전히 5%를 넘으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함을 방증했다. 특히 주거비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와중에 아마존 같은 주요 기업들의 임금 인상 압력까지 커지면서 ‘물가 충격’이 가시화하는 기류다.

임대료, 자동차 가격 갈수록 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3%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5.4%)를 소폭 밑돌았다. 전월 5.4%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5.5%) 이후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사실상 그 수준을 유지했다.

가장 높이 뛰어오른 건 에너지 분야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1년새 무려 42.7% 치솟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안팎으로 오르면서 덩달아 상승했다. 휘발유를 포함한 에너지 부문 전체가 25.0% 뛰었다. 중고차와 트럭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31.9% 폭등했다. 신차 가격은 7.6% 올랐다. 이외에 렌트카(52.6%), 호텔·모텔 숙박료(19.6%), 광대역 교통비(10.9%) 등도 확 올랐다.

전월 대비 CPI 상승률은 0.3%로 나타났다. 월가 전망치(0.4%)에 못 미쳤다. 올해 1월 이후 상승률은 0.3%→0.4%→0.6%→0.8%→0.6%→0.9%→0.5%→0.3%를 보이고 있다. 6월을 기점으로 과열 양상은 꺾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내용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목할 건 주거비 부문이다. 주택 임대료(렌트)는 전기 대비 0.3% 올랐다. 전월(0.2%) 대비 더 큰 폭 뛰었다. 집주인 등가 임대료(Owners’ equivalent rent of residences) 역시 0.3% 올랐다. 최근 계속 매달 0.3%씩 오르고 있다. 주거비는 한 번 방향을 잡으면 장기간 이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신차 가격은 고질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 탓에 전월과 비교해 1.2% 상승했다. 반도체 공급난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인플레이션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임금 올리는 아마존, 월마트, 타깃

이번 CPI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CNBC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수 있다는 신호로 예상보다 덜 올랐다”면서도 “5.3%의 상승률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목표치(2.0%)보다 3.3%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WSJ는 “향후 몇 분기 동안 광범위하고 오래 지속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공급망 혼란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가격을 전가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 다시 물가가 뛰어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평균 임금을 시간당 18달러(약 2만1000원)로 인상하기로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22.5달러(약 2만6000원)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마존뿐만 아니다. 대형 유통 체인인 월마트, 타깃 등도 시급 인상, 대학 등록금 지원 등을 통해 인력난에 대응하고 있다.

앤드루 슈나이더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공급망 혼란은 이전에 알던 것보다 훨씬 더 취약하고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관심사는 이번 CPI가 연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다. 연준은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여는데, 연내 테이퍼링 스케줄이 나올지 시장의 이목이 쏠려 있다. WSJ는 “8월 CPI는 연준의 단기 계획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9월 테이퍼링 발표 후 11월 테이퍼링 개시의 일정이 가시화하고 있는 셈이다.

물가 지표가 나온 이후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반짝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한 것은 인플레이션 확산론에 대한 우려에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최근 펀드매니저 2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9월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84%는 연준이 연말까지 테이퍼링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상했다. BofA는 “펀드매니저들은 인플레이션에 주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응답자 중 22%는 기업들의 순이익이 향후 몇 달 동안 계속해서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8월 조사 때 이익 악화를 점친 응답자는 1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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