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두고 세계가 갈렸다…신냉전시대 오나

러시아·중남미 그리스 국민 결정 '환영'
유럽 포퓰리즘 득세…반 독일 감정 고조
  • 등록 2015-07-07 오후 5:05:13

    수정 2015-07-07 오후 5:05:13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그리스의 국민투표 부결로 전 세계가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걱정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그리스 국민의 선택을 반기는 부류도 있다. 바로 독일 주도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대한 반감이 큰 남유럽 좌파 정권이나 서방국 제재로 곤란을 겪었던 옛 공산국 지도자들이다. 그리스의 선택에 지지를 보내는 국가들이 속속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신(新)냉전시대’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리스 투표결과가 나오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뜻을 전하면서 양국 간 협력강화에 대해 논의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경제제재를 받은 러시아가 내심 그리스의 도발을 반긴 것이다.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이날 치프라스 총리에게 축하 편지를 보냈다. 카스트로는 이번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훌륭한 정치적 승리”라고 평가하고 “남미와 카리브해 국민들은 외부 침략에 맞서 정체성과 문화를 지킨 그리스에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등도 축하의 뜻을 밝혔다.

유로존 내 좌파 지도자들도 잇달아 지지 발언을 쏟아냈다. 스페인 신생 좌파 정당인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당수는 트위터에 “그리스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평했고 이탈리아의 ‘5성 운동’ 정당의 베페 그릴로 대표는 “이것이 바로 직접 민주주의”라며 “메르켈과 채권단은 생각을 좀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유럽연합(EU)을 주도하고 있는 마린 르 펜 프랑스 국민전선(FN) 당수도 “EU의 독재에 대한 승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스 국민이 유로존 체제에 정식으로 반기를 들면서 그동안 산발적으로 불거졌던 반(反)EU 정서가 전면에 부상하는 모습이다. 남유럽에서 주로 지지를 얻었던 포퓰리즘이 덴마크, 핀란드, 영국 등 북유럽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독일이 독재에 가까운 리더십으로 유로존을 이끌어온 데에 따른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유로존 통합때만 해도 조력자 역할이었던 독일은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홀로 높은 성장을 구가하면서 독보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유로존 문제 해결사로서 독일은 늘 원칙론을 고수했고 재정위기국에는 예외 없이 긴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긴축 대상국의 반발은 불가피했다. 한때 독일 나치정권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역사적 배경도 반감을 높였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독일은 역사상 (전쟁으로 인한) 대외 채무를 갚지 않은 대표적인 국가”라며 “독일이 다른 나라를 훈계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채무 탕감을 통해 성장한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스에 무리한 부채상환을 요구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는 얘기다.

이같은 반EU 정서를 타고 유로존에서 ‘제 2의 치프라스’가 잇달아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올해 10월 총선을 치르는 포르투갈에서는 그리스의 시리자와 성격이 비슷한 사회당이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이어 12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스페인에서는 긴축 반대를 강력하게 외치고 있는 이글레시아스 당수가 급부상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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