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실 외면한 외환銀 노조

  • 등록 2015-07-06 오후 5:03:28

    수정 2015-07-06 오후 5:03:28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하루빨리 살림을 합치자’는 하나금융지주와 ‘못 믿겠다’는 외환은행 노조의 조기통합 논의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말 법원 결정으로 통합 논의는 가까스로 재개했지만 ‘네 탓’ 타령에 협상은 진척이 없는 상태다.

하나금융 측이 마감시한으로 제시한 6일 김정태 회장은 지방에서,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본점에서 임직원을 만나 직접 설득에 나섰다. 비조합원이 주축인 현 외환노조 협상단과는 논의의 진척을 이루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당시 작성한 ‘2·17합의서’에서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법인을 유지한다’고 했지만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더 이상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다. 노조는 전권을 위임받은 김한조 외환은행장조차 믿지 못하겠다며 협상테이블을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외환은행 노조는 ‘투뱅크 체제’ 를 계속 유지하기를 희망한다. 하나금융보다 연봉이나 근무여건이 좋고 과거 한국은행을 모태로 한 엘리트 집단인 외환은행이 단자사로 출발한 후발은행인 하나은행과 굳이 합칠 이유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하나금융이 통합은행명에 ‘외환’이나 ‘KEB’를 사용하겠다며 노조측에 ‘명분’을 주고 고용안정 등을 보장하는 ‘실리’까지 약속했지만 안중에도 없는 건 이 때문인 것 같다.

문제는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외환은행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인수돼 ‘잃어버린 10년’이란 암흑기를 거치며 명성은 빛 바랜지 오래고 순이익도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지난 1분기(1∼3월)만해도 순익은 신한은행의 3분의 1수준으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고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도 1.48%로 은행권 평균(1.63%)을 훨씬 밑돌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는커녕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환은행 노조로선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들리는지, ‘더 큰 미래를 준비하자’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좀 더 숙고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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