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구에 쌓인 '택배탑'…극단 치닫는 주민vs기사 '택배대란'

택배노조, 14일부터 강동구 A아파트 개별배송 중단
택배차량 지상 출입금지 두고 기사-주민 갈등 심화
택배 800여개 입구에 쌓여…"찾아가게 안내할 것"
주민들 "왜 죄인 취급…다른 의도 있는 것 아니냐"
  • 등록 2021-04-14 오후 3:26:55

    수정 2021-04-14 오후 10:04:35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서울 강동구 소재 아파트에서 택배차량의 지상출입을 금지한 것과 관련, 기사들과 입주자 대표회의 간 협상이 사실상 결렬돼 택배 개별배송이 중단됐다. 택배기사들은 해당 아파트에서 각 세대로 배송을 중단하고 아파트 단지 입구에 택배 물량을 적재한다고 선언했다.
14일 오후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 앞에 택배 물량 800여개가 적재돼 있다. 전국택배노조는 해당 아파트의 지상도로 출입제한 조치에 따라 이날부터 각 세대로의 개별배송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공지유 기자)
단지에 쌓인 택배 800여개…아파트 측 “갑질 프레임으로 매도”

전국택배노조는 14일 서울 강동구 소재 A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을 시작으로 이곳(단지 입구)에 택배물품을 적재하고 찾아오시는 고객들에게 물건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14일 낮 12시쯤부터 해당 아파트에 당일 배송 예정이던 택배 물건들을 단지 입구에 쌓기 시작했다. 손상 우려가 있는 식품 등 물건들은 준비된 천막 아래에 따로 보관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택배차량 3대에서 총 800여건의 물량이 단지 입구에 적재됐다.

노조는 이날 오전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표회의는 공문을 통해 “사안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 진행 중이었으나 요청한 적도 없는 손수레 배송 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입주민들을 ‘갑질’ 프레임으로 매도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대표회의는 또 “왜 우리 아파트 단지만을 대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협상을 요구하는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노조의 일방적 매도 행위에 대한 해명이 선행돼야만 협상 요청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 아파트는 1일부터 입주자 대표회의 결정에 따라 택배차량 지상 통행을 금지했다. 대신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일반 택배차량(탑차)의 높이는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높이보다 높은 약 2.5m 정도로, 높이가 낮은 저상택배로 개조하거나 교체하지 않을 경우 이용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지상 통행금지 이후 택배기사들이 물건들을 단지 후문에 쌓아두고 가는 ‘택배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조는 아파트와 입주자 대표회의 측에 택배 차량의 지상출입을 허용하고 추가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13일까지 답변하지 않을 경우 14일부터 개별배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입주자 대표회의의 입장에 대해 노조는 “유감을 표명한다”며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 제한은 택배 시스템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비용과 시간 문제가 발생한다”며 “그러나 이에 대해 이해당사자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온전히 택배노동자에게만 전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문제의 핵심은 기사들이 (택배차량을) 저상탑차로 교체한 뒤 지하를 통해 배송을 하며 허리를 90도로 굽히거나 무릎으로 기어서 물건을 싣고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심각한 손상이 야기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배송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14일 오후 서울 강동구 A아파트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 롯데택배ㆍ우체국택배 택배기사들이 택배 물품을 단지 앞에 내려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입주민들 “다른 곳도 다 금지인데…왜 우리만 죄인 취급” 호소

이날 아파트 단지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리는 와중 곳곳에서 입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현장을 지나가며 삿대질을 하고 욕을 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 아파트 입주민이라는 A씨는 “물건을 그냥 놓고 가면 분실되면 어떡할 거냐”며 “배송을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반품해라. 물건이 오염되거나 분실·파손되면 책임져라”라고 외쳤다.

아파트 입주민 장모(53)씨도 “저상차량들은 다 들어올 수 있는데 다른 아파트 단지에는 왜 한 마디도 못하느냐”며 “우리 아파트 입주민들만 죄인, 갑질하는 사람처럼 취급받는 데 이건 잘못됐다”고 호소했다.

장씨는 “입주할 때 모델하우스에서 ‘지상에 택배차량이 없다’고 설명을 들어서 다 그렇게 알고 있었던 것”이라며 “재작년 단지에서 택배차량과 자전거가 부딪치는 등 사고도 났고, 아이들이 수시로 다니고 있어서 택배차량이 빨리 다니면 위험하다. 그러니까 저상탑차로 배송하라는 것 아니냐”라고 언성을 높였다.

또 다른 입주민 박모(60)씨도 “아이들이 자전거, 킥보드 같은 걸 타다가 다치는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인데) 현장 상황을 알아야 한다”며 “실제로 저상탑차는 다 지하로 들어갈 수 있는데 오늘 이렇게 하는 게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오후 1시 30분쯤부터 입주민 몇몇이 택배를 찾아가기 위해 물건이 적재된 단지 입구를 찾기 시작했다. 노조는 입주민들에게 택배 전달 안내를 한 후 최대한 모든 고객이 택배를 받아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