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뚝심… 자본금 1억원 회사에서 대우건설 새 주인으로

김 회장 무차입·90% 분양 원칙 철저히 지켜
해외사업 첫발·푸르지오 브랜드로 강남권 진출
1조원 안팍 현금 보유해 '승자의 저주' 없을 듯
  • 등록 2018-01-31 오후 2:27:12

    수정 2018-01-31 오후 2:27:12

△호반건설 외부 전경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은둔형 리더’로 불린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무차입 ’, ‘90% 분양 원칙’(분양 중인 아파트의 누적 계약률이 90%를 넘지 안으면 신규 분양에 나서지 않는 것)을 철저히 지킬 정도로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신규사업 발굴과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 비전 찾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힐 정도로 사세 확장을 위해 욕심을 낸 기업이 있다. 바로 건설업계서도 맏형격이자 ‘인재 사관학교’로 불리는 대우건설이다. 이번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호반건설은 시공능력평가 기준 업계 3위권으로 단숨에 도약하게 됨은 물론 대형건설사의 각종 사업 노하우와 해외사업 및 영업망 확장 등 시너지를 통해 업계 ‘톱’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경영 전략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호반건설의 시작은 미약했다.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28살 때인 1989년 자본금 1억원, 5명의 직원으로 호반건설을 설립했다. 기업 규모는 작았지만 평소 “개척정신이 특별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롤 모델”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그는 사업 확장 욕심이 컸다. 김 회장은 1996년 현 호반건설의 모태인 현대파이낸스를 설립해 금융업을 시작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다른 건설사들이 싸게 내놓은 땅을 사들인 뒤 주택 분양사업을 펼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삼을 만큼 사업 수완이 뛰어났다. 현대파이낸스는 신화개발주식회사, 호반건설산업으로 사명을 바꾸다가 2006년 현재 사명인 호반건설이 됐다.

2008년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김 회장에게는 기회였다. 대다수 건설사들이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보유한 토지들을 헐값에 내놓을 때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이를 사들여 분양사업장을 늘렸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호반건설을 호남의 지방 건설사에서 전국구 건설사로 키웠다.

업계 관계자는 “평소 자금력을 갖추고 기다리다가 금융위기로 건설사들이 줄도산할 당시에 시장에 나온 세종시, 화성 동탄2신도시, 시흥 배곧신도시 등 우량한 택지 부지를 사들인 뒤 이를 부동산 회복기에 분양해 성공한 것이 주효했다”며 “김 회장의 독특한 경영 스타일이 호반건설을 업계에서 입지를 굳히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의 탄탄한 자본력은 김 회장의 ‘90% 원칙’에서 비롯됐다. 이미 분양한 단지의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더 이상 신규 분양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분양 위험을 최소화했다. 무차입 경영을 통해 현재 자산 총액 7조원, 재개 서열 47위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부채비율은 20% 이하다.

호반건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4년 연속 AAA등급, 서울신용평가정보 신용평가 11년 연속 A등급 등 건설업계 최고의 신용 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준대기업 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바 있다.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대우건설 본사.(사진=연합뉴스제공)


◇‘승자의 저주’ 없을 듯… 도시개발사업 시너지 기대

인수·합병에 있어서는 공격적이었던 김 회장은 2015년 이후 울트라건설과 제주 퍼시픽랜드를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주력인 주택사업의 한계점을 느끼고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마련하게 된 본격적인 시발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금 부자인 호반건설이 본인보다 두배 가량 덩치가 대우건설(자산 10조원, 매출 11조원)을 사들이면서 그동안 추진한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호반건설은 매출의 90% 이상이 주택부문에서 발생할 정도로 사업이 국내 주택이 전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대우건설 인수를 계기로 중동지역 플랜트, 동남아·아프리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해외 수주에 첫 발을 떼게 될 전망이다.

국내 주택부문에 있어서도 수도권 지역이 아닌 서울 강남 재건축시장 등 핵심 입지에 들어설 수 있게 된다. 대우건설의 대표 브랜드인 ‘푸르지오’와 ‘푸르지오 써밋’이라는 전국구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아파트 브랜드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푸르지오 브랜드가 2010년 이후 국내 건설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주택 물량을 공급해 왔고 해외사업 경험도 많기 때문에 인수 비용 등이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인수하는게 유리했다고 내부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호반건설이 과거 2006년 금호산업의 대우건설 인수 때와 같은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인수가격이 12년 전 6조6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대로 크게 줄어든데다 분할매수 조건(40% 지분인수·추후 10% 인수)이 받아들여지면 당장 필요한 대금도 1조3000억원 안팎으로 크게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약 1조원 안팎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호반건설이 현 재무상태에서 다소 차입을 일으키더라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대우건설과의 시너지를 통해 규모가 큰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업 가치도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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