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벽 부딪힌 '대출 갈아타기'‥카뱅 행보가 복병되나

10월 대환대출 서비스 앞두고 은행권 공개반발
빅테크 플랫폼 보이콧…은행 플랫폼 만들겠다
재주는 곰이 부리는데…빅테크 종속 우려 깔려
달래기 나선 금융위‥의견 수렴뒤 조율할 듯
  • 등록 2021-07-06 오후 4:04:09

    수정 2021-07-06 오후 9:15:34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비대면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출범하기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은행권과 빅테크(핀테크)의 물밑 갈등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일부 대형은행들은 빅테크가 만든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칫 반쪽짜리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금융위 은행권 소집해 의견 청취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은행권 관계자를 불러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방안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5대 대형은행과 지방은행, 카카오뱅크를 포함한 인터넷은행 관계자가 참석했다. 금융위는 오는 10월 은행과 카드사, 저축은행 등이 참여하는 비대면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개인이 대출을 갈아타려면 금융회사별로 금리를 비교한 뒤 지점에 직접 방문해야 하는 구조다. 작성해야 할 서류도 많고 과정도 번거로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위는 금융결제원을 통해 대환대출 인프라를 만든 뒤, 은행이나 핀테크의 플랫폼을 연결해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지점을 가지 않고도 손쉽게 낮은 금리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금융사별로 고객 끌어들이기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의 금리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은행권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금융위의 구상이 틀어지는 분위기다. 은행권은 지금 같은 구조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빅테크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와 접점이 넓은 빅테크 플랫폼이 은행 앱을 대체할 수 있고, 수수료도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들이 만든 상품(대출)을 돈(수수료)을 내고 파는 격인데, 결국 빅테크 좋은 일만 시킨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은행권은 최근 빅테크나 핀테크의 플랫폼이 아닌 은행권이 공동 참여하는 별도의 대환대출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등은 최근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에서 대환대출 플랫폼과 관련해 진행한 사전 참여 선호도 조사에서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적인 성격의 은행 대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은 참여하기 싫다는 얘기를 에둘러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형은행과 핀테크 힘겨루기…인터넷은행이 열쇠 쥐어

금융당국은 일단 은행권 달래기 나섰다. 이들의 협조 없이는 10월 대환대출 서비스를 출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도 금융위가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은행권의 얘기를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로 해석된다. 금융위는 금융기관이 어떤 플랫폼을 선택할지는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또 빅테크의 종속 우려나 수수료 부담을 낮출 방안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내부적으로 핀테크 플랫폼끼리도 경쟁을 부쳐 수수료가 내려가는 구조를 구상 중이다.

그러나 은행권이 요구하는 공동 플랫폼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은행뿐 아니라 카드사나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도 참여하는 상황에서 은행만 별도의 플랫폼을 만드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하며 버티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은행권과 협의해서 수용할 부분이 있다면 간극을 좁힐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면서도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니 (업계의) 불만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형은행이 핀테크 플랫폼을 거부하더라도 서비스가 시작되면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회사의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확산할 것”이라면서 “은행권이 합리적 의견을 제시하면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역시 당국이 추진하는 대환대출을 거부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어깃장을 놓는다는 여론도 부담스럽다.

은행별로 대출 갈아타기를 보는 시각도 엇갈리는 것도 변수다. 대출자산이 많은 5대 시중은행은 대환대출 서비스에 부정적이다. 경쟁이 격화하면 대출자산이 줄고 이자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은행 중소형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핀테크 플랫폼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대출 시장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을 빼앗아야 덩치를 키울 수 있어서다.

금융권에서는 특히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곧 출범하는 토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빅테크나 핀테크 플랫폼과 적극 협력하며 대출 갈아타기 시장을 통해 파이를 키우겠다는 전략을 구사하면 파급력이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페이, 토뱅은 토스라는 거대 플랫폼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등이 복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의 의견을 듣고 난 뒤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꼼짝 마
  • 우승의 짜릿함
  • 돌발 상황
  • 2억 괴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