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두환 발언’ 사과에도 여진…국힘, 호남민심 수습에 골머리(종합)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찬양’ 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의 전두환 찬양에 여론의 반응이 냉담하기 때문이다. 지도부는 재빨리 ‘당의 공식입장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지만 돌아선 여론을 돌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전두환 옹호 발언과 관련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사진=국회사진취재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전남 여수시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고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씨는 정치를 한 적은 없고 통치만 했다”며 “(윤 전 총장의 전두환 발언에) 어떤 의미로 발언했는지 설명했지만 동의하기 어렵고, 그 인식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씨는 화합하고 조율하고 정당 간 의견 교류를 만든 적이 없다”면서 “우리 당에서 정치하는 분들은 특히 호남 관련 발언은 최대한 고민해서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표로서 당 원칙과 철학을 세우는 일에 역사 정설과 다른 의견이 기본 정책이나 핵심 가치에 반영되는 일이 없도록 선을 그을 것”이라며 당의 철학과 배치되는 주장에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발언 이후 연일 그의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당의 입장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발언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서진(西進)정책 계승 정신을 역행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보수정당의 수장으로서 최초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그는 수해 피해가 심했던 전남 구례에는 두 차례나 방문해 복구현장을 직접 챙기겼다. 동시에 국민통합위원회를 설치해 호남지역 41개 지자체에 57명의 호남동행 국회의원단을 조직해 호남 끌어안기를 궤도에 올려놨다. 이같은 노력 끝에 호남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를 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서진정책은 단순한 호남 끌어안기가 아니었다. 호남을 공략을 통해 수도권의 중도층까지 타깃으로 했다. 수도권에 호남 출신 거주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윤 전 총장의 발언은 호남의 반발을 넘어 수도권 표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논란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엇받자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원전 정책 두 가지만은 문재인 대통령이 적어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배웠으면 좋겠다”며 윤 전 총장의 발언을 두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윤 전 총장를 비판하며 여론 몰이에 나섰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윤 후보는 민주주의를 압살했던 전두환의 대변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이를 감싸는 국민의힘이 앞으로 이들이 펼쳐갈 정치와 경제, 미래, 안봐도 어떨지 뻔하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윤 전 총장이 유감을 표명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청년 정책·공약을 발표하기에 앞서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의 사과에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사과를 하긴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좀 더 명확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아무리 경선 중이라도 강성 지지층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봐야 한다”며 “지금 국민은 잘못을 하고도 사과를 하지 않거나, 잘못을 하고도 외려 잘했다고 우기는 철면피들에게 충분히 지쳐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