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 "재벌 밉다고 외국인 주주에게 넘기나"

전경련 '기업 혁신 생태계 특별대담' 참석
"최근 주식시장, 외국 주주의 현금 인출기"
"구글·페이스북처럼 차등의결권 도입해야"
  • 등록 2018-07-10 오후 2:59:05

    수정 2018-07-10 오후 2:59:05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장하준(가운데)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신장섭(오른쪽)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기업과 혁신 생태계’ 특별대담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장하준 교수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기업과 혁신생태계’ 특별대담에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주주의 입김을 줄여야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 교수는 한국 경제 저성장의 원인을 낮은 설비투자에서 찾았다. 특히 설비투자가 급감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대거 유입된 외국인 주주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원래 취지대로라면 주식시장을 통해 기업에 자금이 들어가야하는데 현재 주식시장은 오히려 외국인 주주의 현금 인출기가 됐다”며 “단기 주주가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니 기업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005930)도 지난 2016년 분기 배당을 도입했다.

그는 “기업구조 개선 정책이 영미식 주주자본주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니 복잡한 소유구조를 가진 한국 대기업들은 단기 주주들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인공적으로 재벌의 가족경영을 빨리 없애려고 기업 구조를 와해하려는 것은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것’과 같다”며 “삼성, 현대 가(家)를 지켜줘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온 국민이 키워준 기업을 총수 때문에 와해시키고 엘리엇 같은 외국 자본에게 넘겨주는 것은 큰일 날 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년 이하 보유주식 1주에는 1표, 2년 보유는 2표, 3년 이하 보유는 5표, 5년 이하 보유는 10표 등을 주는 가중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 포이즌필, 황금주로는 부족하다”며 “미국 구글과 페이스북도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등 공공성을 가진 투자자의 역할도 강조했다. 장 교수는 “국민연금이 경영에 개입하는 것을 두고 ‘연금 사회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같은 돈가지고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노동자의 돈이면 사회주의, 자본가의 돈이면 자본주의인가”라고 일갈했다.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학 경제학과 교수도 이날 대담에서 주주자본주의의 단기이익 추구성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벤처 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단기이익 추구에 흔들리지 않는 인내자본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데 이를 기다려줘야한다”고 했다.

그는 “혁신이란 불확실성을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에 용기도 있어야하고 돈도 있어야 한다”며 “성공하면 ‘초과이윤’을 얻게 되는 것인데 초과이윤을 죄악시하는 분위기에서는 기업가정신이 일어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기업 정책이 ‘F학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은 내용이 없고, 혁신성장은 공정경제와 부딪히고 있다”며 “성장해야 소득이 늘어나는데 (소득주도 성장은)반대로 됐고, 경제민주화(공정경제)는 기업 경쟁력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을 규제하든 인센티브를 주든 경제 전체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이 돼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경제를 북돋기보다는 어렵게 만든 점이 많았다”며 “큰 돈을 썼는데도 불평등이 심화됐으니 경제 정책의 목적에서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벌은 한국 경제의 여러 문제들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 이를 해결한다면서 기업 경영에 개입할 뿐만 아니라 명령까지 하고 있다”며 “기업이 혁신하고 도전할 수 없게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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