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3분기보다 4분기 더 좋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14조2500억원, 3조8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42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4분기는 3분기보다 더 좋다. 애플의 아이폰X 출시 등으로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삼성전자가 15조5400억원, SK하이닉스는 4조원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사이기도 하지만 주요 부품공급 업체이기도 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IT업종은 국내외 업황과 실적, 수급 등 중요 주가 상승동력의 교집합”이라고 평가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1000억원 안팎 가량 순매수했고 기관투자자는 연기금 등을 중심으로 삼성전자를 1700억원, SK하이닉스를 2300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반도체’다. D램(DRAM) 표준제품인 DDR3 4Gb(기가비트)는 1년 전까지만 해도 2달러 아래에서 거래됐으나 최근 4달러 가량으로 두 배 가량 폭등했다. 낸드(NAND)플래시 표준제품인 64Gb MLC(멀티레벨셀)도 3달러 밑에서 현재는 4달러 초중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D램과 낸드 가격은 4분기에도 꾸준히 상승할 전망이다. 일단 스마트폰, PC 등의 사양 증가로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공급 증가는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SK하이닉스도 D램과 낸드 영업이익률이 각각 50% 중반, 20% 중반에 달한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내 3D낸드 비중은 2분기까지 10%에 못 미쳤으나 하반기 (전체 낸드 생산량의) 40% 이상으로 급속히 증가할 전망”이라며 “애플 등은 스마트폰에 3D 낸드를 사용할 계획인데 이 중 3분의 1을 SK하이닉스가 공급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주가 많이 올랐는데…“아직도 싸다고?”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두 종목 주가는 올 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증권가에선 여전히 싼 편이라고 보고 있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는 올해 주가수익비율(PER)이 9.7배에서 거래돼 글로벌 경쟁사 대비 저평가 상태”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예상 실적 기준 PER가 4.4배에 불과해 올해 영업이익률이 22%에 달하는 낸드의 가치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실적 기준 증권가의 목표주가 상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330만원에서 340만원으로 올려 가장 높은 주가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도 302만원 수준으로 현 주가 대비 12.6% 높다. SK하이닉스 또한 목표주가가 10만5000원까지 제시됐다.
다만 도시바 메모리 사업 우선협상자로 SK하이닉스가 참여한 베인캐피탈이 선정됐으나 애플 등 스마트폰 사업자 등이 다수 참여하면서 SK하이닉스가 낸드 공급을 타이트하게 가져갈 수 있는 여력이 약화됐단 분석이 나온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애플 등은 낸드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이들과 SK하이닉스가 베인캐피탈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SK하이닉스에 낸드 공급을 늘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2019년 이후 D램 증설을 확대하는 경우 SK하이닉스의 D램 사업 마진이 낮아지고 투자회수 기간(현재는 5년 미만)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