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면옥' 철거중단 논란… “생활유산 보존” vs “무너진 건물서 장사하냐”

서울시, 연말까지 세운상가 일대 정비계획 전면 수정
을지면옥·양미옥·수표지구 공구상가 등 보전하기로
서울시 "전통 문화유산 보전 필요성 있다고 판단"
토지 소유주 "시 일방적 결정… 사업 재가동 해야"
  • 등록 2019-01-23 오후 2:24:01

    수정 2019-01-23 오후 3:50:28

2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세운재정비촉진구역 세운3구역 영세토지주 150여명이 모여 세운상가 정비사업 철거 중단에 반대하는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경계영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경계영 기자]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 세운상가 정비사업이 5년 만에 전면 보류되면서 인근 상인 등 토지 소유주들과 서울시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도심 전통산업 보존 등을 이유로 이 일대 노포(老鋪)인 을지면옥, 양미옥 등 생활문화유산을 비롯해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 내 공구상가 등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시는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보존’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세운상가 일대 대다수 토지 소유주들은 “악취가 심하고 비만 오면 물이 새는 곳에서 무슨 장사를 하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市 “전통 노포 포함된 구역 연말까지 사업 중단”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2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세운상가 일대 도심전통산업과 오래된 가게 보존 추진’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세운3구역 내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면옥, 양미옥 등은 중구청과 협력해 강제로 철거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며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 내 공구상가도 급격한 산업 생태계 변화 등을 우려해 연내 종합대책을 마련할 때 까지 사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재 을지로 세운상가 일대는 재개발사업인 세운재개발촉진지구와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 중 세운 3구역은 대지면적 3만6747㎡로 세운재정비 촉진지구 8개 구역 중 가장 크다. 현재 3-1부터 3-10까지 10개의 소구역으로 쪼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3구역 중 토지보상 및 입주자 이전협의가 마무리 된 3-1·4·5구역은 철거가 진행 중이다. 3-2·6·7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현재 보상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이 구역은 2단계 철거지역으로 올 하반기부터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사업이 한창 추진 중인 세운 재개발 사업 상황이 달라진 것은 평양냉면집으로 유명한 을지면옥과 함께 안성집·양미옥·조선옥·을지다방 등 전통 노포에 대한 철거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을지면옥과 안성집, 을지다방이 있는 3-2구역은 3-6·7구역과 통합개발을, 양미옥이 있는 3-3구역은 조선옥이 위치한 3-8·9구역과 통합 개발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구상가와 노포를 보존해야 한다는) 상인들의 주장에 동의한다”며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새로운 대안을 발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결정에 지난 2014년 서울시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 계획’ 발표 이후 5년 동안 사업을 기다려 온 영세 토지주들은 생존권 위협 등을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5년간 뭘했냐… 시 일방적 결정”

세운상가 토지 소유주들이 서울시 방침에 반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이미 낡은 대로 낡은 상가에서 더 이상 영업을 하기가 어려운 데다 지난 2014년 세운제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5년 간 적법한 동의절차를 통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전면 재보류를 방침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강맹훈 실장은 “이미 보상 등의 협의가 마무리되고 철거가 진행 중인 3-1·4·5구역은 이번 대책과 상관없이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라면서 “다만 지난 2015년 발표한 ‘역사도심기본계획’에 근거해 역사·전통이 깃든 오래된 가게와 산업 생태계를 변화 우려가 높은 공구상가 등은 재정비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4~5년 간 시가 도시재생을 추진하면서 유무형 생활유산의 보존 가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토지소유주들은 망연자실한 입장이다.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는 세운3구역 영세토지주 150여 명이 모여 세운상가 사업 재철거 중단 관련 반대집회를 열었다. 세운 3-6구역에서 33.3㎡ 크기 땅을 소유한 김승련(60)씨는 “이 일대는 화장실도, 수도 설비도 제대로 안돼 있어 악취도 심해 생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대료 인상은커녕 매년 내리다가 수년 전에 임차인이 나가 그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토지 소유주인 A씨는 “청계 모텔만 해도 정비사업이 빨리 진행될 줄 알고 사업을 접었는데 벌써 10년 가까이 비어 있는 상태”라며 “주변 환경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임대 들어오려는 사람도 없다. 사업이 빨리 추진되기를 바랬는데 서울시가 갑자기 일방적인 발표를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세운3구역에서 콤프레셔 업체를 운영하며 추진위원장을 지냈던 김종술 대표는 “박 시장이 취임한 이후 오세훈 전 시장의 계획했던 고도를 125m에서 90m로 낮추고, 사업 추진이 어렵게 10개 소구역으로 쪼개라고 해서 이를 모두 다 따랐다”며 “그렇게 믿고 5년 동안 사업을 진행했는데 일주일 만에 상황이 바뀌는 게 도대체 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미 세부계획이 세워진 상황에서 을지면옥을 비롯한 노포를 제외하고 재설계를 다시 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세운3구역 사업시행을 맡은 한호건설의 신종전 회장은 “설계상 3구역이 10개로 나눠져 있는데 1구역당 면적 자체가 작은 편”이라며 “시 방침에 따라 옛 골목길도 그대로 살려야 하고 고도도 제한돼 있어 가게 몇 군데를 빼고 짓긴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 중구 입정동 일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의 모습. 사진=경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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