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중국 짝퉁문화의 끝은 어디일까

  • 등록 2016-05-04 오후 4:05:33

    수정 2016-05-04 오후 4:05:33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지난 주말 한국에서 온 손님을 모시고 ‘베이징의 명동’이라 불리는 왕푸징(王府井)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택시 기사가 내놓은 거스름돈이 위조지폐였던 것이다. 요금이 20위안(약 3514원) 이었는데 기사가 먼저 나서서 80위안을 줄테니 100위안을 달라고 했다. 기사를 의심(?) 했어야 했지만 친절한 말투와 상냥한 미소에 그만 방심했던 탓이다. 중국 택시에서 위조지폐를 이용한 사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여러번 들어왔지만 막상 직접 당하니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전했더니 이 정도는 큰 일도 아니라고 했다. 그 지인은 전에 택시를 탄 후 요금을 지불했는데 택시 기사가 화를 내면서 위조지폐니 안 받겠다고 하며 돌려주자 다른 돈을 지불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애초에 손님이 낸 돈을 자신의 위폐와 슬쩍 바꿔치기 한 것이다.

중국에서 위폐 문제는 꽤 심각하다. 웬만한 규모의 카페나 상점에서는 모두 위폐 감별기를 사용한다. 손님이 현금으로 계산하면 지불하는 돈은 의례적으로 감별기를 한번씩 통과한다. 그만큼 위폐의 유통이 만연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가 이같은 위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해 11월 100위안짜리 신권을 발행했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올 초부터 위폐 신권이 대거 발견돼 중국 정부에 굴욕을 안겨다 주기도 했다. 기존에 비해 위조 방지 기능을 크게 강화했지만 여전히 정교한 위폐가 성행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나아가 일부 상점과 호텔에서는 신권을 받지 않는 일이 한동안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자 인민은행까지 나서 새 지폐를 거부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서둘러 기존 위폐감별기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의 한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아닌 ‘세븐일레벨’이다.
위폐 문제는 결국 중국 사회에 뿌리깊게 퍼져 있는 ‘짝퉁 문화’와 무관치 않다. 저작권을 무시하고 무엇이든 돈되는 것이면 따라 만드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보니 사회적 창의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재산권 문제도 발생시킨다. 중국 짝퉁제품이 지난해 세계경제에 미친 손실이 1조7700억달러(약 2018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짝퉁이 야기한 지적재산권 분쟁도 크게 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제기한 지적재산권 분쟁이 2년 사이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짝퉁 천국’ 중국에서 외국 기업을 중심으로 지적재산권 분쟁이 잇따르고 있지만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쉽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에서 상표권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경우로 우리 업체들도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중국의 짝퉁 거리를 가보면 샤오미(小米’)가 따미(大米)로, 프라다(PRADA)는 프루두(PR入D入)로, 세븐일레븐(7-ELEVEN)은 세븐일레벨(7-ELEVEL)로 둔갑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허베이성 테마파크에는 실물 크기의 모조 스핑크스가 등장해 이집트 항의를 받아 철거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불법 짝퉁문화에 대해 중국인들이 윤리도덕적으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샤오미나 바이두, 유쿠투도우 등 단기간 급성장한 대기업들이 미국의 애플, 구글, 유튜브 등을 모방해 탄생한 기업들이다보니 이같은 인식이 더욱 만연해 있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모방을 통한 성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G2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이 세계를 상대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새로운 기술이나 창조적인 아이디어에 투자해야 한다. 5000년 황하문명을 꽃 피워 온 중화민족이 한낮 짝퉁문화를 즐기는 수준에 머물러서야 되겠는가.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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