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올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두고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간혹 해를 넘겨 협상이 타결되는 일이 있긴 했지만 통상 2~3개월 안에 협상이 마무리됐던 것을 고려하면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올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라 원자잿값이 널뛰면서 2월에 시작해 5월에서야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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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 가격의 기준이 되는 중국 철광석 수입 가격은 지난 3월 초 올해 최고치(톤당 159.79달러)를 기록한 이후 11월 초까지 내림세를 보이며 올해 최저치(톤당 82.42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철광석 수입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 지난 2일 톤당 101.26달러까지 반등했다. 이는 올해 최고치보다는 36.6% 낮지만, 최저치보다는 22.9% 회복된 가격이다.
여기에 더해 철강·조선업계 모두 앞으로의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협상 장기화의 이유다. 철강업계는 달러 강세로 원자잿값이 상승한 데다 전방산업 위축에 따른 수요 부진까지 겪고 있어 후판 가격 인하 폭 최소화를 꾀하고 있다. 또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 등으로 앞선 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포스코의 지난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7% 감소한 3970억원을 기록했다. 태풍 힌남노 침수 영향에 따른 영업손실 규모가 4081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이 줄어든 원인은 시장 상황 악화에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 역시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4.9% 줄어든 3730억원으로 나타났다.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도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달러로 원자재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원가 상승에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철강 가격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엔 환율이 오르면 수출 경쟁력이 향상됐지만, 현재는 금리도 오르고 있어 수요도 함께 줄고 있다”고 철강업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0월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후판 가격과 관련해선 우하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보수적인 척도를 가지고 반영하고 있으며 필요한 부분들의 수입 의존도를 조금씩 높여가면서 후판 잔고도 2개월 이상씩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