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나라” “오죽하면 이러나” 전장연 지하철시위, 아수라장(종합)

22일 만에 지하철서 시위 운행지연…출근길 교통대란
“인수위 대책 미흡하다”…열차 바닥, 맨몸으로 기어가
"장애인권리예산 등 구체적인 계획 밝힐 때까지 투쟁"
이준석 대표·보수장애인단체 "시민 볼모 방식 전환"
  • 등록 2022-04-21 오후 4:23:06

    수정 2022-04-21 오후 8:58:17

[이데일리 이소현 김윤정 기자]“바쁜 시간에 왜 피해를 줘요!” “우리도 오죽하면 이러겠어요.”

‘장애인의 날’ 다음 날인 21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장애인 대책이 미흡하다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하자 반발하는 승객과 시위 참가자, 시위를 막으려는 경찰 등의 실랑이가 벌어져 몸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와 회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전장연은 이날 오전 ‘제2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2호선 시청역에서 진행했다. 지난달 29일 인수위와의 면담 이후 시위를 잠정 중단한 지 22일 만이다. 경복궁역은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이 있는 곳이며, 시청역은 전장연을 비판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순환선 2호선은 후폭풍이 두려워서 못 건드린다”고 한 발언에 반박하기 위해 택했다.

시위 수위도 끌어올렸다.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내려 열차와 승장장 바닥을 엎드려 기어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경복궁역에서는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힘겹게 양팔로 몸을 이끌자 뒤따르던 다른 활동가들도 줄지어 기어가기 시작했다. 전에는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틈(단차)에 휠체어 바퀴를 끼우는 방식이었지만 이날부턴 맨몸으로 지하철 운행을 막아섰다.

이 때문에 열차 지연 시간은 이전 시위 때보다 1시간 이상 늘었다. 전장연은 오전 7시20분쯤부터 본격적으로 시위를 진행해 지하철 2·3호선 양 방향 열차 운행이 오전 9시를 넘어서까지 연착, 운행 지연을 반복했다. 3호선 운행은 8시 50분께, 2호선 운행은 9시 28분께 정상화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21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현장에선 경찰과 대치가 벌어졌다. 경찰은 “고의적으로 지하철 운전을 방해하고 공공안전을 해하고 있다”며 즉시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 직무권을 남용하지 말라”면서 버텼다. 시청역에선 경찰이 바닥을 기어가는 장애인들을 강제로 끌어내려 하면서 몸싸움도 벌어졌다.

승객들과의 갈등도 폭발했다. 승객들은 “출근 늦게 생겼는데 왜 피해 주느냐”, “병원에 좀 가자”고 항의했고 시위 참가자는 “오죽하면 이러겠나”라고 맞대응했다. 일부 승객은 장애인단체 활동가를 향해 침을 뱉거나 “왜 세금도 안 내면서 이러느냐”, “대한민국에서 나가라”, “너희가 무슨 장애인 단체냐”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그러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 시민의 출근을 볼모로 잡고 비문명적 연좌를 수단 삼고 있다”며 전장연에 시위 중단을 재촉구했다. 보수성향 장애인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와 한국교통장애인협회는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 기자회견을 열고 전장연에 시위 방식 전환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전장연은 인수위에서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때까지 경복궁역에서 지하철 시위를 계속한단 방침이다. 다만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장애인 권리예산에 관한 입장발표를 약속하면 투쟁을 멈출 수 있단 뜻을 밝혔다. 한편 전장연은 인수위에 이동권·탈시설 권리 등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4대 법안(장애인 권리보장법·장애인 탈시설 지원법·장애인 평생교육법·장애인 특수교육법 개정안) 제·개정을 요구해왔다.

전문가들은 전장연이 벌이는 극단적 방식의 투쟁에 역풍을 우려하면서 장애인의 이동권 요구를 인권 문제로 넓혀 사회적 공론화해야 한다고 본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들어 폭넓게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며 “장애인 단체의 요구를 단지 장애인의 문제로만 여겨 협소하게 접근하지 말고 이동권, 사회권, 인권의 문제로 넓혀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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